'후순위채' 발행·잠정 보류 등 계획 수정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자본확충을 골몰하던 보험사들이 암초에 걸렸다.

최근 보험사들은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대형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미국발 금리 인상 추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동양 ‘후순위채’ 선회...교보 ‘보류’

업계에 따르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던 동양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방향을 틀었고 교보생명은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동양생명은 지난 5월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안정적인 영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재무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동양생명은 발행 유형을 해외 후순위채로 변경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지난해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중권 발행에 성공한 이후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었던 교보생명 역시 당장 발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잠정보류를 결정했다.

지난 3월 기준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277.62%다. 예정대로 이달 중 5억 달러에서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해외에서 발행에 성공했다면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약 15~30%p 가량 상승해 300%대를 넘볼 수 있었다.

보험사들 잇따라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번복하고 이유는 최근 한두 달 사이 급격하게 오른 해외 채권금리 대한 부담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등 발행조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해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

교보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하려던 것인데 최근 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발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체적인 추가 계획이나 방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로 적절한 시점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 외 다른 자본확충 방안 ‘고심’?

오는 2021년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으로 부채 규모가 커지게 된 보험사들은 그만큼 자본을 쌓아 놓아야만 RBC비율 급락 위기를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본확충 러시가 줄을 이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수단으로 대주주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울 사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재무건전성 기준 충족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 발행 문턱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보험사들의 선호도가 후순위채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쪽으로 쏠리게 됐다.

또한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높은 대신 100%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본확충 수단으로 매력도가 후순위채 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한화생명이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고, 5월에는 KDB생명이 해외 시장에서 2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RBC 비율을 약 40%p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던 업체들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다른 선택지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하반기 해외에서 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던 신한생명은 해외 후순위채 발행 등 다른 방향을 열어 놓은 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큰 물량을 소화하기 원활한 쪽을 찾다보니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먼저 들여다본 것은 사실이나 처음부터 추진을 확정 지은 적은 없다. 여전히 검토 단계로 변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경적인 요인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로, 자금조달 시점의 환경이나 주변 여건 등을 반영해 가장 적합한 방안을 강구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하반기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던 현대해상은 예정대로 발행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한 관계자는 “지난 달 공시한 내용 그대로 3분기 발행을 예정대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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