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하락세, 100% 하회 땐 제재…비용절감 등 자구노력 한계, 유상증자 절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보험료 인상과 과잉진료 방지 등 제도 개선 효과로 손해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수익성은 향상됐지만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은 여전히 발등의 불로 남아있다.  

지급여력(RBC, Risk Based Capital) 비율은 말 그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뜻하는 것으로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좋은 보험사다. 금융당국은 각 보험사가 RBC비율 150%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국내 손해보험사 RBC비율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손보사의 순이익이 1조2,02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972억 원(32.8%) 늘어났다. 제도 개선과 자동차·실손 보험료 인상을 통한 손해율 개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보다 엄격한 잣대로 측정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업계 전체가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떨어지는 RBC비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손해보험협회 정회원 15개 업체 중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가장 높은 손보사는 429%로 서울보증이 차지했다.

뒤를 이어 AIG손보 417%, 삼성화재 344%, 코리안리 226% AXA손보 210%, 더케이손보 206%, 메리츠화재 188%, 농협손해보험 186%, 동부화재 178%, KB손보 172% 순이다.

현대해상, 한화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는 150% 이상을 유지하는 선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9월 기준 RBC비율 146%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150%)를 밑돌았던 롯데손보는 2분기 연속 150%를 기록하며 턱걸이했다. 

118%의 RBC비율을 기록하며 최하위를 차지한 MG손보는 손보업계에서는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하회했다.

작년 9월 기준 229%로 비교적 높은 RBC비율을 보였던 MG손보는 같은 해 말 133%로 대폭 하락한 뒤 올해 1분기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만약 향후 100%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면 당국의 규제도 받게 된다.

 

특히 지난달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이 RBC비율 150%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를 제한했는데 생보사 중에는 흥국생명과 KDB생명이 손보사 중에는 MG손보가 홀로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 중 몇몇 은행은 8월 말에 나오는 RBC비율 수치를 보고 판매 제한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에서 판매되는 상품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아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인 수익 악화보다 이미지 손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상이 걸린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에서 MG손해보험에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시행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지난달 22일 이사회에서 MG손보 유상증자 안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2,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지원했음에도 MG손보의 실적 개선움직임은 더딘데다 RBC비율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MG손보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측의 유상증자 결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며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유상증자가 단행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본확충 계획이 연기되면 영업조직이 위축될 수 있는데 내부적으로 독려를 통해 흔들림 없이 가고 있다"며 "사업비 절감 등을 통해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유상증자는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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