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품 판매 재개 일주일…"다시 중단"
1500억 원 증자 불발…은산분리 규제 '발목'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은행장 심성훈)가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다시 한 번 중단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믿었던 1,500억 원 유상증자 계획마저 불발되며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5일부터 보름 간 중단했던 대출상품 판매를 재개한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중단하면서 향후 케이뱅크가 정상적인 은행으로서 원활한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커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자본 비율을 제한하는 이른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논의가 내달 열릴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회의에서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인데 해당 결과에 따라 케이뱅크의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벌써 세 번째 대출 ‘브레이크’

케이뱅크는 지난 5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대출상품 중 하나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7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측은 “대출상품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사전조치”라며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다음달 8월 1일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월별 상품 판매한도가 모두 소진되자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의 판매 중단을 시작으로 ‘슬림K 신용대출’,‘ 일반가계신용대출’ 등을 잇달아 판매 중단한 바 있다.

이후 7월 1일부터 대출상품 판매를 재개했지만 일주일도 채우지 못하고 일부 서비스를 다시 중단하게 되면서 추가적으로 다른 대출상품도 판매 중지

특히 케이뱅크의 대출상품 일시 중단은 이번이 총 세 번째로, 작년에도 당초 예상보다 신용 대출이 급격히 불어나자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의 하락을 우려해 대출상품을 중단했다 3개월 만에 재개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은행업 핵심업무인 대출상품 일시 중단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자본 여력이 부족한 케이뱅크가 향후 정상적인 은행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커지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증자를 진행 중”이라며 “BIS비율 등 주요 경영지표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 강화하기 위해 사전조치 차원에서 월 한도를 정해 판매하고 있다. 직장인 마이너스통장이 다른 대출 상품들에 비해 빨리 한도가 차면서 일시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500억 원 유상증자 실패..은산분리 규제 완화 '절실'

금융권 혁신을 이끄는 ‘메기’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출범한 케이뱅크가 이처럼 매끄러운 대출 영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3월 자본금 2,500억 원으로 시작한 케이뱅크는 이후 줄곧 자본확충 문제에 시달렸다. 작년 9월 1차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아직도 3,500억 원에 불과해 은행업을 이어가는데 버거운 실정이다.

일부 소액 주주사가 이탈하면서 신규 주주 영입과 일정 지연 등으로 난항을 겪었던 두 번째 유상증자도 우여곡절 끝에 불발에 그쳤다. 처음 목표금액인 5,000억 원을 맞추지 못하고 3,000억 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1,500억 원 규모로 계획됐던 유상증자를 결국 전환주 300억 원만 진행한 선으로 마무리 지은 것. 

케이뱅크는 이번 2차 유상증자를 통해 1,5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면 총 자본금이 5,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보다 빠른 절차진행을 위해 5월말 결의한 유상증자 금액 중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 300억 원만 3대 주주가 우선 납입한 것"이라며 "주요 주주사들과 함께 규모와 시기, 방안 등을 빠르게 확정하는 등 후속증자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정적 사업운영은 물론 신규 상품/서비스 출시 등을 통한 고객혜택 강화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후속증자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주주사간 협의가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향후 추가 유상증자 문제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KT가 사실상 케이뱅크의 경영을 주도하고 있지만 은산분리 문제로 인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다 보니 추가 자본 투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히 것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여부 논의가 국회에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달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점검회의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개혁 논의가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고객혜택 강화는 물론 금융ICT 융합 기반의 혁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조성되기를 기대한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ICT 주주의 보유지분 한도 확대를 토대로 복수의 핵심주주가 증자 등 주요 현안을 함께 리딩하는 구조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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