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9월 들어 게임업계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바로 ‘노동조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이 업계 최초로 ‘스타팅포인트’라는 이름의 노조를 설립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테일즈런너 등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가 ‘SG길드’라는 이름의 노조를 설립했다.

업계는 ‘포괄임금제’와 ‘크런치모드’ 등을 게임업계 노조 설립의 이유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설립과 함께 공개된 스타팅포인트의 설립 선언문에는 “포괄임금제 앞에 야근과 주말 출근은 공짜였다”며 “회사의 매출은 매해 증가했지만 노동자의 값어치는 제자리였고 성과에 따른 분배는 없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인 SG길드가 지난 5일 공개한 설립 선언문에도 “언제까지 크런치 모드에 빠져 묵묵히 무료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가”며 “개발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개발자에게만 전가하는, ‘접히면’ 이직을 강요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두 노조가 지적한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휴일근무 등의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도이며, ‘크런치모드’는 업계 내부에서 쓰이는 단어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통상 며칠에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야근과 밤샘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은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주당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해 52시간까지 근로할 경우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주 52시간을 꽉 채워도 추가 수당이 없다. 이미 기본임금에 추가 수당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과거 ‘구로의 등대’(넷마블)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크런치 모드가 빈번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포괄임금제 적용은 ‘공짜근로’를 의미한다.

300인 이하의 중소 게임개발사는 아직 주 52시간 근로제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외에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게임사의 경우 이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노조 설립 움직임이 업계 종사자들의 권리를 찾아줬을까.

지난 4월 IT업계 최초로 노조가 설립된 네이버는 지난 7월 포괄임금제가 폐지됐다. 게다가 사측이 고정연장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서 전체 급여에도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노조 설립이 이어지는 업계 분위기를 환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나 스마일게이트의 노조 설립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며 “모든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야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더 많은 업체에서 노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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