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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케이블 화재, 처음 봐” KT 통신구 화재 의문투성이
“광케이블 화재, 처음 봐” KT 통신구 화재 의문투성이
  • 김은주/김현우/박지현 기자
  • 승인 2018.12.0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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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재난, 불타 버린 초연결사회②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박지현 기자] 단순 화재가 사실상 재난 상황으로 급변하는 것을 지켜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발생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아 의문이 쌓이고 있다.

특히 관련 제도 부재와 미숙한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 화재 원인 파악, 여전히 ‘연기 속’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30분께 서대문 관할 경찰과 소방 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1차 합동 감식을 벌였지만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튿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투입된 2차 합동 감식 결과에서도, 외부인 출입기록이나 무단 침입 흔적도 없다는 점에서 담배꽁초 등에 의한 실화(失火)나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만 추가로 확인됐을 뿐 정확한 화재 원인은 불투명한 상태다.

해당 통신구에는 CCTV마저 설치돼있지 않아 영상을 통해 화재원인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번 KT아현지구 화재 사건의 원인 파악이 유독 어려운 이유는 화재 발생 장소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해당 통신구는 가로·높이 각 2m 크기에 150m 길이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화재 발생 직후 신고가 들어가 도착은 빨랐지만 피복 등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로 인해 소방대원이 초기에 현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워 시간은 더욱 지체됐다.

결국 전체 통신구의 절반 이상인 약 79m가 소실되면서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는데도 최소 1~2주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현재 수거한 환풍기, 잔해물 등 화재현장에서 채집한 증거물을 통해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을 확인한다는 계획이지만 화재 원인 규명이 지체 될수록 갖가지 추측이 무성해지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광케이블 화재는 처음 본다는 반응이다. 통신구에는 유리섬유로 된 광케이블과 동케이블(구리선)로 된 통신선만 설치돼 있어 화재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구조적으로 자체발화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정황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화재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만 분분해지고 있는 것.

전선 접촉 불량이나 합선, 환풍기 가동에 따른 과부하 등 여러 가능성이 대두된다. 일각에서는 쥐 등 설치류가 통신선을 건드렸을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다.

통신 케이블 피복은 난연 소재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케이블에서 발화됐다면 불량품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는 “오랜 시간 먼지가 축적됐을 경우 먼지가 수분을 빨아들여 몇 개의 전선이 통전되면서 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아직 외부에 드러난 정황이 적다보니 전문가 입장에서도 ‘소 뒷다리 긁는 소리’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발표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pixabay

■ 만약 테러였다면 "아찔" 통신구 79m 화재에 ‘올스톱’

이번 사건의 파급력은 단순 화재를 넘어섰다.

KT아현지사가 위치한 서울 서대문구부터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일대 유무선 통신이 두절됐고, 인근 지역 주민은 휴대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은 물론이고 카드결제기도 이용하지 못해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와 소방서, 병원 내 통신도 막혀 재난 수준의 혼란이 빚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화재 한 번으로 서울 도심이 순식간에 어떻게 마비되는지 경험하게 됐다.

이번 화재로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청사의 외부 전화망도 한때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했다.

만약 의도적인 방화나 테러로 인해 통신 재난으로 이어진다면 서울 도심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또한 IT 강국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통신재난대비에 대해 얼마나 무방비 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화재 당시 현장에는 불과 두 명의 직원만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시설 관리에 대한 소홀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KT아현지사 지하 1층에는 소화기가 단 한 대만 비치됐고, 그 흔한 스프링클러 시설도 없었다. 누가 봐도 허술한 관리였지만 놀라운 부분은 KT가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소방법 규정(500m 미만)에 따라 이 지하 통신구처럼 협소한 구역은 스프링클러·소화기·화재경보기 등 ‘연소방지설비’ 의무설치 구역이 아니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고시를 어겼을 가능성을 꼬집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통신설비 안전성 고시에는 '통신설비가 설치된 통신국사에는 자동화재경보설비 및 소화설비를 적절하게 설치한다'고 돼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방법에 허점이 있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국가기반시설에 준하는 화재와 재난 대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17만 개의 유선 회로와 광케이블 200개가 통과하는 주요통신시설에 변변한 소화 장비도 없고, 백업통신망도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국의 통신시설 관리체계를 재점검하기를 바라고, 지하통신망의 화재관리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T 측은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부랴부랴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점검 및 상시점검 강화, 비의무지역에도 스프링클러설치 추진(현재 계획 수립 중) 등을 약속했다.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서도 CCTV, 스프링클러 등은 계획 수립 즉시 최단시간 내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KT관계자는 “향후 재해가 발생하면 과기정통부 및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과 협력을 통해 통신 3사간 로밍 협력, 이동 기지국 및 WiFi 상호 지원 등 피해 최소화 및 대응방안 마련 검토겠다”고 말했다.

KT노조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과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지사/지점 재편은 금번과 같은 사고의 개연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모든 방법을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이의 실행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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