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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구 화재 "청와대·군·경·소방·의료까지…" 마비된 서울
통신구 화재 "청와대·군·경·소방·의료까지…" 마비된 서울
  • 김현우/안진영/이시현 기자
  • 승인 2018.12.17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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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재난, 불타 버린 초연결사회⑤

[컨슈머치 = 김현우 안진영 이시현 기자] 단순한 화재였을 뿐인 KT 아현지사 화재가 이토록 회자되는 것은 이로 인해 단순히 통화 불만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방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4일 오전 11시 12분께 화재 발생 이후 2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현지사에서 관리하는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등 서울 중서부 일대에는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특히 이곳 지역에는 신촌, 홍대 등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지역이 밀집해 있어 통신장애의 피해는 더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 통신장애, 경제 활동 멈추게 했다

화재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은 KT 아현지사가 관리하는 지역 내에서 회선을 사용하는 통신사 고객, 또 주변에 위치한 음식점 등 자영업자와 이곳을 이용하려던 일반 소비자들이다.

12월 5일 기준 동케이블을 사용하는 일부 소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회선 복구가 완료돼 큰 문제가 없지만 화재 당일에는 통화 불통 이외에도 카드 결제나 은행 자동화기기(ATM) 등의 사용도 불가능해 일대 상권에 피해가 막심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화재 당일 홍대거리에 있었다는 안 모씨는 “오후 1시쯤 카드 결제가 불가능 했다. 그래서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갔는데 여기도 인출이 안돼서 결국 홍대를 벗어났다”며 “이후 뉴스를 통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고 카드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가족이 금융권에 종사한다고 밝힌 이 모씨는 “KT 아현지사 화재로 ATM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해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가족이)출근을 했다”며 “집안 행사를 제쳐두고 출근한 것이라 당시 상황이 꽤나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 등 인터넷망 사용 빈도가 높은 업종에서의 피해는 보다 직접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일 서울 마포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e스포츠 경기가 연기되기도 했으며, KT 아현지사가 관리하는 회선을 사용하는 PC방 등은 사실상 개점휴업 사태로 내몰리기도 했다.

PC방 업주들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화재로 인해 실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정오를 기점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업주가 해당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전화를 받고 급히 와 보니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할 수 없어 사실상 귀중한 주말을 통째로 날렸다”며 “개업 초기 무료 기간에 혹해 KT를 선택했는데 후회스럽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날 카드 결제 중단으로 피해를 본 서울 중·서부 자영업자가 최대 17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사진=송수연 기자

■ 복지‧안전‧치안 등 사회 전반서 허점…청와대, 군부대도 마찬가지

앞서 거론했던 내용이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겪은 경제적 피해라면, 평소 보이지 않지만 없어선 안 될 안전‧치안 분야에서도 큰 허점이 드러났다. 상황이 조금 더 심각했다면 큰 혼란을 빚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선 이번 화재로 전화 통신이 마비되면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는데, 119 신고조차 되지 않아 70대 노인이 사망한 것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5시 35분께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사는 주 모씨(76·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고인의 남편이 휴대폰을 갖고 있었지만 화재로 인해 먹통이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역시 이번 화재로 인한 통신 먹통의 피해자이다. 평일보다 휴일에 콜택시 등 사회적 복지서비스 이용이 잦은 장애인들은 이번 화재로 하여금 철저한 고립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자신을 희귀난치성 질환과 중증장애 등을 겪고 있다고 소개한 한 장애인은 25일 저녁 8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KT 화재로 통신이 두절돼 고립된 장애인입니다. 병원 예약도 할 수 없고, 장애인 콜택시도 이용할 수 없고, 응급상황이 생겨도 외부로 연락할 수단이 없어졌습니다”라고 호소했다.

KT 아현지사를 거쳐 가는 회선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등 의료계 역시 이번 화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화재로 원내 통신이 두절돼,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의사들은 주말 당직에서 제외하고, 타 통신사를 쓰는 의사를 당직 근무 서게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를 취했음에도 병원에선 큰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는 SNS 글을 통해 “의사들이 사용하는 콜폰이 KT인데, 전화 자체가 안 돼버리니 응급 상황에서 서로 콜을 못해 원내 전반 방송만 계속해서 반복했다. 이러다가 사람 하나 죽겠구나 싶었다”며 “위급한 상황에서도 콜이 안돼서 의사를 찾으러 전층을 뛰어다녔다. 환자가 타계할까 봐 무서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출처=경찰청공식블로그)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출처=경찰청공식블로그)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역시 통신망 무력화엔 속수무책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관할 통신사업자는 KT인데, 아현지사 화재로 중구, 용산, 마포, 서대문 일대 경찰서 통신망이 모두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해 치안서비스의 핵심인 112시스템까지 먹통이 됐다.

112시스템은 신고가 들어가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사건을 접수한 뒤 관할 경찰서에 연결해준다. 각 경찰서는 이를 각 담당 부서에 배분한다.

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 조회 시스템인 폴리폰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폰은 경찰이 신고현장에서 피의자 신원, 사건, 수배, 교통상황 등을 곧바로 조회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한마디로 치안 공백이 생긴 셈이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통신망에 문제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용산·마포경찰서는 직원을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로 파견해 관할구역 신고를 직접 무전으로 지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 등 물리보안업계도 통신이 무력화되면서 모든 보안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이번 사건이후 자체적으로 통신망을 이중으로 갖추거나 수시로 고객 순찰을 하는 등 보다 업무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인한 여러 가지 사건 중 특히 충격적인 부분은 군 통신망과 청와대의 통신망이 끊겼다는 사실이다.

지난 2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KT 통신망 화재사고 군 피해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케이티 아현지사를 지나는 국방망,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원격화상회의(VTC), 군사정보통합시스템(MIMS), 화상회의 등 군 통신체계 임대회선이 통신구 화재로 인해 짧게는 36시간, 길게는 46시간 동안 단절됐다.

또 청와대의 경우 KT 아현지사 화재로 전시 지휘소인 남태령 벙커의 군 통신망 수십 개가 마비됐다가 43시간 만에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군 통신망에 일부 장애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군의 작전 수행에는 영향이 없었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민간 통신선 사고에 의한 군 통신망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로 발생한 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두고 도시재난연구소 우승엽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작은 못’ 하나가 ‘톱니’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며 “이번 화재로 우리 사회가 작은 충격에 어이없게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모든 게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는 한 분야에서 발생한 사고가 다른 분야로 전파돼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 막대한 피해를 낳는다”며 “사고가 없는 시스템은 만들 수 없으니 ‘플랜B’를 미리 마련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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