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위한 택시는 없다②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김현우 기자] 소비자들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원한다.  

지난해 10월 C&I소비자연구소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73.5%가 카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카풀 시범 서비스를 위해 운전자를 사전 모집할 때도 약 6만 여명이 운전자로 승인받았을 만큼 예비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용 후기들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현재로서는 카풀 대신,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택시에 합승하는 승차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으로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 더 논의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사회적대타협기구가 보여준 것이라곤 택시업계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습 뿐이라 기존 카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소비자들은 피곤하기만 하다. 

작은 양보도 보이지 않는 택시업계의 이기심에 발전 없는 논의만 오가니 사회적으로 이뤄지는 논의도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게 그냥 택시지, 공유경제인가요?”

카풀(Car pool)은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대의 승용차에 같이 타고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조금은 다른 의미다. 스마트앱을 통해 비슷한 목적지로 향하는 자가용을 택시처럼 이용하는 승차 공유 서비스다. 운전자는 소소한 용돈벌이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던 카풀 서비스는 알려졌듯 택시업계로 인해 잠정 중단됐고, 현재는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 카풀을 어떻게 운영할지 논의 중이다.

일단, 2차 회의에서 나온 합의안은 '택시 카풀'이다. 그러니까 카카오의 플랫폼을 활용하되 차량은 자가용 대신 택시로 하잔 것이다.

이 결론에 여론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택시 합승제가 부활한 것”, “택시 카풀이라 쓰고, 합승이라 읽는다”, “이번 합의안은 없던 일로 해야 한다. 승객만 불편한 합의안” 등이 그런 예다.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카풀 서비스라 함은 기존 택시라는 차량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교통수단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경기도 오포읍의 변 모씨는 "차량을 택시로 한다면 지금의 서비스와 달라지는 건 동승자가 생긴다는 것 뿐인 것 아니냐"며 "택시가 싫어 카풀을 이용해 볼까 했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또 ‘카풀’은 자발적으로 차량을 공유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와도 어긋난다는 평이 많고 택시 카풀은 공유경제가 아닌 택시업계의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 용산구의 김 모씨는 “합의안대로 가면 카풀의 취지는 사라지고 일종의 택시 합승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승차거부 등의 택시의 고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자기 발전 없이 시장 독점에만 열을 올리는 택시의 무한 이기주의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택시업계는 그동안 ‘면허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승차공유를 불법으로 몰아 소비자가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기회를 막았다”면서 “택시업계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승차공유 합법화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차공유 확대가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반드시 위협하는 것은 아니며 법인택시기사들에게 오히려 기회”라고 말하고 “소비자들은 승차공유를 원한다”고 전했다.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 카카오엔 대노 플랫폼은 이용하겠다? “이기적” 

소비자가 더 분노하는 대목은 ‘내로남불’식의 택시업계의 태도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택시의 호출을 거부하는가 하면 카카오의 카풀에 대한 반발로 택시 파업 등을 이어왔다. 뿐만 아니라 5년 전 우버를 시작으로 티티카카, 차차 등 모빌리티 업계의 승차 공유서비스를 저지해왔다.

특히 앞으로 택시업계가 사용하게 될 플랫폼 ‘카카오’는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택시업계의 원수였다.

전국적으로 카카오에 대한 큰 분노를 보여준 택시업계는 카카오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불편하게 했는데, 그랬던 택시가 카카오 플랫폼 이용에 동의하고 일종의 합승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장 모씨는 “택시가 플랫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 구조가 생기니 합의안에 수긍한 것 아니겠냐”며 “이 합의안은 도대체 누굴 위한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서울 용산구의 김 모씨는 “그렇게 카카오를 혐오하며 강남역 한복판에도 카카오 호출을 거부한다는 현수막을 크게 걸어 놓더니 카카오 플랫폼의 막강한 힘을 빌리고 싶은 것 같다”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 너무 훤히 보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카풀러 모임의 장인 김길래 대표는 사회적대타협기구의 3차 회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택시업계가 플랫폼 등 기술 도입을 통해 업계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카풀 등의 신사업을 막아가며 자기들 발전만을 위한다면, 그 자체로 소비자, 이용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기득권 세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1차 회의 결과는 개시였고, 2차 회의 결과는 택시 쪽에 집중됐는데 3차 회의 결과가 나와야 카풀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좀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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