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위한 택시는 없다④

[컨슈머치 = 김은주 안진영 기자]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파업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대다수 택시 이용자들이 그동안 참고 있던 불만이 폭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이 냉랭하다. 오히려 택시운전자들의 이기주의를 꾸짖고 있다. 그동안 택시기사들에게 쌓여있던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택시업계는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귀를 크게 열어 듣고 자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택시업계가 앞으로도 도태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일부도 아니다. 택시를 타며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 그들이 털어놓는 택시 타기 싫은 가지각색 이유와 경험담을 들어봤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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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봤다고 반말 하세요?”

커피전문점에서 직원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때 “뭐 먹을 거야?”라고 물어보는 경우는 단언컨대 절대 없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대뜸 “어디로 가게?”라고 반말을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택시기사의 반말과 비속어 사용은 승객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불만과 불쾌감을 표하는 부분이다. 오죽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투브 등에서 ‘반말하는 택시기사 대처법’이 일종의 생활 꿀팁처럼 돌아다니고 있을까.

어린 여자라서 그런지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시는 분들 많죠. 마음 같아서는 나도 반말로 대답할까 싶은데 어른한테 그럴 수는 없잖아요. (20대,여)
 
타자마자 훅 치고 들어오는 악취와 반말. 택시를 탄다는 건 불쾌한 경험만 줘요. (20대,여)
 
아내랑 처제, 저까지 셋이 택시 탄 적 있어요. 가는 길에 처제 먼저 내려주는데 택시기사가 “얼른 내려!”라고 반말을 하더라고요.
순간 욱해서 “왜 반말을 해요?”라고 화를 냈더니 기사분이 움찔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나중에 아내한테 택시타면서 이런 일 많이 겪냐고 물었더니 흔하다고 하더라고요. (40대,남)
 
■ “제발 운전만…편하게 쉬면서 가고 싶어요”

지하철, 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을 뒤로 하고 택시를 선택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승객들이 택시를 이용하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 한다.

듣기 싫은 정치 이야기와 정치인 욕 때문에 피로감이 들 때가 많아요. 일부러 대화를 피해도 계속 얘기를 멈추지 않아요. (20대,남)
 
피곤해서 택시 타자마자 음악을 들을려고 하니까 ‘버르장머리 없이 택시 타서 이어폰 끼고 있냐’고 고함을 치는 기사아저씨 때문에 식겁했던 적 있죠. (20대,여)
 
택시를 타서 친구랑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계속 말 걸고 끼어들어 불편했던 적이 있어요. 내릴 때도 ‘그냥 여기서 세워 달라’ 두 번이나 말했는데 계속 가길래 정색하고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내려주더라고요. 정말 불쾌했어요. (30대,여)
 
엄마는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들이 말을 거는 게 당연한 일상이라고 하더라고요. 말을 거는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대화 주제가 늘 유쾌한 것만은 아니라서 불편하다고요. 저는 인상이 세서 그런지 말을 거는 일 자체가 별로 없거든요.(30대.남)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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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가 택시기사한테 혼나야 하죠?”

택시라는 공간의 특수성 상 여러 사담이 오고갈 때가 많다. 팍팍한 세상 택시기사와 승객으로 만난 것도 인연인데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간단한 담소를 나누는 것이 크게 나쁠 것은 없을지 모른다.

다만 승객이 불쾌할 만큼 선을 넘는 택시기사들이 더러 있다는 게 문제다. 뜬금없이 승객들의 사생활을 지적하고 참견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친구랑 택시 타서 미용실에 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갑자기 기사분이 ‘왜 그렇게 비싼 돈 주고 머리 했냐’고 끼어들더니 “차라리 삭발을 하든가”라고 비꼬는 거예요. 황당해서 말문이 콱 막혔어요. (20대,여)
 
남자친구랑 통화하면서 가는데 ‘이렇게 밤늦게 데려주지도 않는 남자를 뭐 하러 사귀냐’면서 가는 내내 헤어지라고 훈계하더라고요. 할아버지뻘이라 크게 기분 나쁜 티는 못 냈지만 솔직히 엄청 불쾌했어요. (20대,여)
 
‘치마가 왜 그렇게 짧냐’고 지적 받은 적 있어요.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딸 같아서 하는 소리’라고 하는데, 우리 아빠도 안하는 소리를 왜 택시기사한테 들어야 하는지. (20대,여)
 
왜 반대편에서 안타고 여기서 탔냐고 짜증을 엄청 부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초행길이라 몰랐어요”라고 사과했는데도 계속 구시렁거려서 중간에 내리지도 못하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네요. (20대,남)
 
■ “막무가내 합승‧승차거부 괴로워요”

택시 합승은 엄연한 불법이다. 승차거부도 불법이다. 그러나 21세시 현재 아직도 많은 택시 이용자들이 승차거부, 손님 골라 태우기 등을 경험하고 있다.

합승때문에 불쾌했던 일이 아주 많아요. 한번은 시간이 없어서 택시를 탔는데 가는 내내 길가에 손을 흔드는 승객들이 보일 때 마다 멈춰서 방향을 묻더라고요, 심지어 돌아가야 하는 곳인데 제 의견은 묻지도 않고 태우더니, 그 사람 가는 곳부터 데려다 준 일도 있어요. (30대,여)
 
야간에 택시 이용할 때 매번 겪게 되는 승차 거부만 없어져도, 굳이 택시앱을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30대,남)
 
밤늦게 택시 잡으려고 하면 온통 ‘예약’에 ‘승차거부’에요. 특히 겨울에는 추워 죽을 것 같은데 승차거부를 몇 번씩 당하면 정말 열이 받죠. (20대,남)
 
■ “돈 내는 것도 눈치 볼 일인가요?”

택시요금을 지불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쾌한 경험도 있다.

승객이 카드로 계산하면 불친절하게 대응하거나 기기가 고장 났으니 막무가내로 현금을 내라는 식의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다.

“아가씨, 현금 없어?” 계산할 때 카드 꺼내니까 인상부터 팍 써서 눈치 보이는 일이 엄청 많아요. 다음부터는 현금 들고 택시 타라고 훈계 아닌 훈계를 듣는 건 덤이죠. (30대,여)
 
현금 냈더니 거스름돈을 안 거슬러 주더라고요. 몇 백 원 갖고 싸우기 싫어서 그냥 내린 적 많아요. (30대,여)
 
기본요금 거리 타면서 카드 낸다고 화내는 기사 때문에 기분 상했죠. (20대,남)
 
카드 내면 수수료 뜯긴다고 짜증내고 현금 내면 거슬러주기 힘들다고 짜증을 내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20대,여)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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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증내고 인상 쓰고 불친절 업종 ‘끝판왕’이죠”

특히 시민들은 수 십 년째 개선되지 않은 택시 서비스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유 없이 택시요금은 올리면서 그에 따른 서비스의 질적 개선 노력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 간다고 들으라는 듯이 짜증내고 투덜거리는 분들 많죠. 그럴 때는 마음이 불편해서 차라리 다른 택시를 타고 싶은데, 이미 출발해 버린 택시에서 내리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 (40대,여)
 
집 앞 골목이 복잡하고 양 옆으로 차가 많아서 대부분 택시들이 들어가는 걸 꺼려해요. 평소에는 골목 앞에서 그냥 걸어가라는 기사가 100%인데 어느 날 남자친구랑 같이 타고 가니까 투덜거리기는 하는데 들어가 주긴 하더라고요. 그때 느껴지는 점이 많았어요. (30대,여)
 
택시 요금을 올리는 게 적정한지도 잘 모르겠고, 요금을 올린다면 그에 맞게 서비스도 개선돼야 하는데 지난 20년 간 전혀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과속이나 신호 위반을 하고 다른 차에 대한 욕설로 불쾌했던 적이 너무 많아서 되도록이면 택시 탈 일을 안 만듭니다. (40대,남)
 
내 돈 내고 타서 을이 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여유 있고 편하게 가려고 택시를 타는 건데 불편한 거죠. 반말 찍찍, 짜증 팍팍. 택시 타고 좋았던 경험이 없어서 늘 긴장해요. (30대,여)
 
모든 기사 분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택시타면 10번 중 8번은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택시 내부에 담배 냄새가 심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운전 중에 담배 피던 분도 있고요. (30대,여)
 
■ “기분 나쁜 농담에 성희롱까지”

남성 승객들은 모르는 여성 승객들만의 고충도 있다. 일부 여성 승객들은 밤늦게 택시를 타는 것이 더 무섭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택시기사가 대부분이 남자이다 보니 그 안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여성 승객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 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술 먹고 잠이 와도 택시 안에서는 절대 안 자려고 노력해요. 여자친구들끼리 서로 택시 번호를 찍어서 보내주기도 하고요. (20대,여)
 
반말은 기본이고 남자친구 있냐고 신상 캐묻고 겨울에는 남자랑 손잡고 있어야 한다느니 헛소리를 계속해서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 순간 운전대를 잡고 있는 택시기사는 갑이고 제가 을 같아서 꾹 참을 수밖에 없었죠. (30대,여)
 
첫경험 언제냐고 물어본 사람 있어요. 원래 똑 부러지고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인데도. 택시는 비좁은 공간에 기사와 단 둘이 타고 있다 보니까 무서워서 적극적으로 대응도 못하겠더라고요. (30대,여)
 
미성년자 시절 교복 입고 택시 탄 적 있는데 “여자 손님이니까 드라이브 하자”고 동네 한 바퀴를 더 돌더라고요.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20대,여)
 
“아가씨 얼굴은 참 예쁜데 치열이 좀 더 고르면 더 예뻤을 거야”라는 말을 칭찬이라는 듯이 하는데 욕 나올 뻔 했어요. (20대,여)
 
아침부터 여자를 태워서 재수가 없다는 소리를 직접 들었습니다. (30대,여)
 
밤에 혼자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이혼한 후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라면서 당장 지방의 맛집에 같이 가자는 거에요. 너무 무서워서 그냥 곤란한 듯 웃어넘기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택시비를 카드로 계산했는데, 혹시 카드내역으로 나를 찾아서 연락할까봐 집에 와서도 한 동안 겁이 났어요. (20대,여)
 
친구랑 지방 관광지에 놀러가서 택시를 탄 적이 있어요. 그때 택시기사가 호텔 좋은데 잡았음 본인도 같이 자자고 농담하는데 정말 불쾌했어요. (30대,여)
 
■ “길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택시를 타는 이유에는 편안함도 있지만 기동성도 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택시에 탔는데 오히려 택시를 타서 더 늦게 생겼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목적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 네비게이션을 찍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귀찮아하면서 짜증내더라고요. 네비게이션 조작하는 거 어렵다고요. (20대,남)
 
본인이 길을 잘 모르니까 저한테 안내하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할 때 짜증나요. 길을 모르면서 왜 택시 운전을 할까 싶죠. (20대,남)
 
고향 집 내려가느라 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택시를 탔는데 제가 서울말을 해서 길을 잘 모른다고 생각한 건지, 기본요금 거리를 5,000원 이상 나오도록 돌아가더라고요. (30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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