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위한 택시는 없다⑥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며칠 전 여자 친구를 집에 바래다 주기 위해 택시를 부르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여자 친구가 말렸다.

그러고는 “현금 있어? 가까운 거리는 기사님들이 현금만 받잖아”라고 물어왔다.

맙소사. 현금은커녕 요즘은 카드도 스마트폰에 넣어다니는 2019년에 현금만 받는다니 이 무슨 말인가.

“무슨 소리야, 택시가 현금만 받는 경우가 어디 있어”라고 반문하자, 여자 친구는 이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기자는 택시 잡는 걸 포기하고 주머니 깊숙이 손을 쑤셔 넣었다.

#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뒷좌석에 앉아 목적지를 말하자, 택시 기사는 너무 가까운 거리라며 투덜댔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용히 가고 있는데,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부모님은 전화로 어디쯤이냐고 물었다. 택시를 타고 가고 있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때, 택시 기사가 “부모님 전화지? 요새 젊은 여자들 이 시간에 태우면 열에 일곱은 부모한테 전화 와.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좀 일찍 들어가고 그래. 딸 같아서 하는 말이야”라며 반말로 잔소리를 한다. 대꾸하기 싫어서 조용히 듣기만 했다.

이윽고 동네에 들어섰다. 집 앞 골목이 무서워서 택시 기사에게 집 앞까지 가달라고 말하려다 이내 마음을 접는다. 일전에 “들어가면 나올 때 힘들다”며 “그러게 왜 어두운 시간까지 돌아다니느냐”는 잔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택시비를 결제하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현금이 없다. 카드를 건네자 기사는 “카드결제기가 고장 나서 안 되는데, 현금 없어?”라고 물어본다.

현금이 없다고 하자, 계좌번호를 적어주더니 입금하라고 한다. 휴대폰 뱅킹을 통해 돈을 입금하고 나서야 내릴 수 있었다.

충격적이다.

반말 하는 기사님은 만나봤지만 ▲반말 ▲잔소리 ▲사생활 지적 ▲카드 결제 거부까지 불친절 종합선물세트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자 친구는 “아무래도 택시 안이다 보니까 좀 무섭기도 해서”라고 답했다.

이해가 갔다. 좁은 택시 안에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덩치 큰 택시 기사에게 자신의 불만을 조목조목 따질 수 있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여자친구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 불편 사례에 대해 검색해봤다. 택시가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글이 꽤나 눈에 띄었다.

▲불친절한 승객응대 ▲승차 거부 등의 사례가 일반적이었고, 위에서 거론한 피해사례 역시 쉽게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왜 뒤에 앉았느냐, 옆 좌석도 비어있다”라든가 “아가씨가 탔으니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운전할 수 있겠다”는 등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언동이나, “첫 경험이 언제냐”라든가 “몸매 혹은 다리가 참 예쁜 것 같다”는 식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까지 하는 택시 기사가 있다는 충격적인 글 역시 드물지만 존재했다.

좀 더 찾아보니 이런 문제는 이미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도대체 택시 기사들이 왜 그러는걸까? 내가 택시를 자주 이용하지 않아서 모르는건가?'

호기심에 일부러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까 고민하다 마침 카풀 관련 이슈가 떠올라 이야기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거론된 택시 기사들의 추태도 물어볼 수 있었다.

별 말 않던 택시 기사는 서비스 얘기가 나오자 “하루 종일 운전하기 위해 집중하다보면 피곤해. 모두에게 친절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제로 해보니까 그게 잘 안된다니까?”라며 나름대로의 답을 내놨다.

의식을 하고 있어서 그랬을까. 평소엔 택시 기사의 반말이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이 날만큼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사실을 깨닫자 소비자가 카풀을 지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나, 실제 카풀을 이용해봤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공통점이 몇가지 있다. 일단 가격이 택시보다 저렴하다. 또 예의 있는 태도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택시든 카풀이든 편하고 안전하게만 이동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최근 택시 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서비스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를 지적해도 택시 업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지만 승객이 체감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분명한 사실은 택시업계는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의 기본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다.

택시업계에 바라본다.

"존댓말 좀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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