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회동했다. 정 부회장과 조코위 대통령은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시장 점검을 위해 출장 중인 정 부회장은 지난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날 조코위 대통령은 “현대차는 가장 진취적인 회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꼭 성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현대차가 성공하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며 “향후 한국을 찾을 때 현대차도 방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매우 도전적인 시장이고 시장진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며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심이 현대차가 이 곳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단순한 판매 확대보다는 고객이 진정 좋아하는 제품, 판매방식 등에서의 혁신을 모색하고 미래 기술도 과감히 접목하는 방안도 구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대통령 면담 직후 공기업부 장관, 해양조정부 장관 등 인도네시아의 주요 부문 장관과 시장 관계자들도 별도로 만나 상호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이어 현대·기아차 아시아태평양권역본부를 찾아 업무보고를 받고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실제 이번주 있었던 실적발표에서 최병철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진출 계획과 관련해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아세안 시장에 공장 건설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 장점 많은 해외 자동차 공장 설립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시장은 동남아시아 중 가장 크다. 지난해 자동차 시장 수요는 104만7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4.4% 성장했다. 올해도 수요는 전년대비 4.4% 증가한 108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4%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생산성이 높은데다, 동남아 국가연합인 ‘아세안’의 핵심 국가 중 하나다. 인구 기준 아세안 3대국에 들어가는데다, 자동차 보급률이 낮아 향후 핵심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실 현대차로서도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설립의 이점이 많다.

우선 현지 공장을 설립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성장에 효과적이다. 과거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 경영을 선포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시기는 지난 2002년 4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건설을 시작해 지난 2005년 완공된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에서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순위는 84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해외진출 10년이 채 안된 지난 2014년 당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40위로 뛰어올랐다. 당시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와 브랜드 가치가 동급이었다.

이듬해 현대차의 종합 브랜드 순위는 3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종합 브랜드 순위는 36위, 자동차 부문에선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 공장 설립은 브랜드 이미지 가치 재고뿐만 아니라 품질 확보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 미국 공장 설립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Maid In USA’ 현대차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높은 품질이 확보되면서 현지 판매량 역시 수직상승했다. 당시 ‘그랜저’(현지명 아제라)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2008년), ‘에쿠스’(2009년) 등을 잇따라 선보였고, 한동안 답보 상태였던 미국 내 판매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53만8228대가 팔리더니, 이듬해인 지난 2011년에는 64만5691대, 70만3007대(2012년), 72만783대(2013년)의 ‘메이드 인 USA’ 현대차가 팔렸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그룹의 현지 판매량은 126만7619대에 달한다.

또 해외 공장 설립을 통해 생산처를 다양화할 경우 해외 생산대수 자체가 늘어난다.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관세 등 조세 혜택이 있고, 현지 소비자 니즈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완공된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경우 총 29만46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이다. 멕시코는 연간 판매수요가 100만 대에 달하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히면서 현대차그룹의 주요 해외시장으로 급부상했지만, 관세가 20%에 달하는 국가였다.

만약 현지 공장을 설립하지 않았다면 현대차그룹은 높은 관세 탓에 멕시코 시장에 진출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 전과 후의 브랜드 인지도 차이는 상당하다”며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환율 리스크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으며, 자동차 설계부터 부품개발, 생산, 마케팅, 광고, 판매, A/S 등 전 부문의 현지화 체제를 구축해 현지 소비자들의 감정과 정서에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해외 공장 설립, 강성 노조 파업 등 실적 영향 주는 악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

무엇보다 업체 입장에서 국내 강성노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국내 자동차업계 최대 난제를 꼽자면 강성노조를 예로 들 수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에도 임금 상승 등을 요구하며 ‘귀족노조’, ‘파업노조’라는 오명까지 얻은 국내 자동차 노조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파업을 벌여왔다. 그나마 지난해의 경우 여름 휴가 전 임단협 타결 등으로 큰 규모의 파업이 없었으나, 지난 2016년과 2017년의 경우 각각 24번, 19번의 파업을 강행했다. 이를 피해액으로 환산할 경우 2016년 3조1000억 원, 2017년 1조6200억 원 등 2년간 4조56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강성 노조 탓에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임금비율은 매년 높아졌다. 2015년 기준 12.2%로 세계최고 수준을 기록했다.(2015년 기준 평균임금 ▲현대차 9600만 원 ▲토요타 7960만 원 ▲폭스바겐 7840만 원)

반면 근로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HPV(Hour Per Vehicle,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시간)의 경우 26.6시간으로 나타나, 경쟁사인 토요타(24.1시간)와 폭스바겐(23.4시간) 보다 길었다. 한 마디로 현대차 노조는 고임금 저효율의 표본인 셈이다.

이는 소비자 자동차 값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차량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사 측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경우처럼 서서히 가동률을 줄이다가 결국 공장을 폐쇄하거나 임금이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 부회장과 조코위 대통령의 회동 이후 현대차 인도네시아 신공장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경우 국내 생산량 중 일부가 인니 현지 공장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지 완성차 공장 건설과 관련해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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