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하면서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따라서 북미 지역 외에서 조립·완성된 순수전기차, 수소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이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정부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충전, 전기차, 충전기(출처=PIXABAY)
충전, 전기차, 충전기(출처=PIXABAY)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전기차 세제 혜택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차에 한해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 신차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문제는 전기차 조립 지역 관련 조항에 따라 북미 시장 바깥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들은 그동안 받아오던 세제 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전기차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해당 법으로 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졸지에 판매가가 비싸졌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기본 트림 가격은 3만2450달러(약 4300만 원)에서 3만9950달러(약 5330만 원)로 올랐다. 기아 EV6 기본 트림 역시 3만3900달러(약 4500만 원)에서 4만1400달러(약 5500만 원)로 가격이 대폭 인상됐다.

반면, 미국 브랜드인 포드사의 머스탱 마하E는 보조금 혜택을 받아 3만6500달러(약 4300만 원)에 구매 가능하다. 기존 포드 전기차가 한국 전기차보다 비쌌지만 이제는 반대상황이 됐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에 있어 보조금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소비자가 1,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자국 브랜드도 아닌 전기차를 구매할지 의문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 미국 내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판매 계약률은 감소하는 추세며, 상반기 판매량을 기준으로 미국에서의 국산 전기차의 판매량은 1주당 1000대 이상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전기차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중국은 현재 자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30만 위안(약 5770만 원) 이하로 규정하고 자국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지원한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는 한국 정부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별도의 규제 없이 중국산 전기 승용차에 상반기 151억6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자동차 신규 등록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국산 전기상용차(버스·화물)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 159대에서 올해 상반기 1351대를 기록하며 749% 증가했다.

한국 정부는 가격이나 주요 부품의 원산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가 올 상반기 수입 전기 승용차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전체 전기차 보조금의 20% 수준인 약 822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인 약 447억 원이 미국산 전기차 업체에 지급됐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은 승용 모델의 경우 기본 모델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5500만 원 미만은 보조금 지급 비율이 100%, 5500만∼8500만 원은 50%로 적용한다. 8500만 원이 넘는 승용 전기차 모델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전기버스도 성능 및 차량 규모를 고려해 중형 최대 5000만 원, 대형 최대 7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최대 규모도 중형 5000만 원, 대형 7000만 원 지급한다. 

소비자주권은 "오로지 한국 정부만 타국을 배 불리는 정책을 시행 중"이라면서 "국내 업체가 성능이 좋은 전기차를 개발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보조금 정책에 발목을 잡힌다면 시장 점유율은 물론이고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빠른 시일 내 ‘보조금 불균형’을 해결해야 하며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국도 국산 전기차에 더 많을 혜택을 주고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는 등 상호주의 원칙을 토대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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