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대처에 국내 유통업계 '시큰둥'…불매운동도 불발로 그칠 가능성 높아

[컨슈머치 = 이용석/윤초롬 기자] 최근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코리아가 회장의 청부폭력, 직원 부당 해고 등 부도덕한 경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던 피죤에 공문을 보내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는 오는 4월로 다가온 재계약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업계에서는 피죤이 코스트코에서 퇴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피죤 노조가 경영주의 부도덕성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출처 = 피죤노조)

사실 소비자들은 오래 전부터 피죤 경영주의 부도덕성에 분노해왔다. 이번 코스트코코리아의 대처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공식적으로 비윤리적인 기업에 회초리를 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많다. 이번 코스트코코리아의 대처에 대한 국내 유통업계의 반응과 그동안 피죤에 대해 소비자들이 보인 움직임을 통해 그 한계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 국내 유통업계 반응 ‘시큰둥’…개별 행동은 어려워

이번 코스트코코리아의 대처가 알려지면서 업계는 오는 4월 이뤄지는 피죤과 코스트코코리아의 재계약에 주목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납품 계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전히 피죤은 노조탄압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아직까지 코스트코코리아는 피죤의 퇴출 여부를 확답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비도덕적인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미국 본사의 방침에 따라 이번 계약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 업계에서는 피죤 제품이 코스트코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실제로 계약이 종료될 경우 기업의 부도덕성을 이유로 유통 업체가 제품을 퇴출시키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국내 유통업체가 전반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럴 가능성은 미미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심각한 비윤리적 행태를 보이는 기업의 제품을 퇴출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해당 업체의 업계 점유율 등을 감안할 때 실천에 옮기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코스트코가 단독적으로 행한 일이다. 코스트코가 미국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업계 관례상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약 국내 대형마트가 움직이더라도 아마 코스트코처럼 단독적으로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한 특정 업체의 제품을 일방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것은 유통업체 입장에서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탰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단 오는 4월 코스트코코리아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계속돼 온 불매운동…소비자의 힘은 글쎄

2011년 피죤의 이윤재 회장의 청부 폭행 혐의로 구속되면서 소비자들은 본격적으로 피죤 불매운동을 펼쳤다. 지금까지도 블로그, SNS 등을 통해서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한 때 섬유유연제 시장의 5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피죤이지만 불매운동으로 인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주고, 점유율은 반토막 났다. 피죤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서 2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서히 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피죤은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부당 해고 의혹이 제기되면서 노조와의 갈등을 빚고 있다. 이렇듯 경영 상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코스트코코리아의 이번 움직임에도 피죤에 대한 여론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비슷한 예로 2013년 5월 ‘갑의 횡포’로 잘 알려진 남양유업을 들 수 있다. 남양유업은 본사 직원이 대리점 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하락을 타개하기 위해서 ‘1+1’ 행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남양유업은 2013년 9월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며, 기존 업계 2위였던 매일유업을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결단은 불매운동을 통해서 표현되고, 그것은 지속적으로 전개됐지만 우리나라의 불매운동은 사회적 이슈가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그 동력을 잃는다. 가장 중요한 불매운동을 야기한 문제의 해결이나 개선 등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미비하다.

▶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은 책임이자 의무

물론 상황이 다르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모습을 살펴보자. 2000년 6월 오사카 공장에서 제조된 저지방우유를 먹은 십여 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였고, 이는 주변지역까지 번져 1만 4780명이 식중독 판정을 받았고 그 중에는 사망자도 있었다.

하지만 유키지루시 유업은 이러한 과정에서 변명과 거짓말로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고 사건 축소에만 열을 올렸다. 검사 결과 우유 생산라인이 균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고, 그 외에도 온갖 악덕한 방법으로 식품을 제조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유키지루시 유업에게 소비자들의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또 소매점을 비롯한 마트, 학교 급식 등에서도 제품을 받지 않았다. 결국 40% 점유율을 차지했던 업계 1위 유키지루시 유업은 한 달 만에 도산한다.

소비자들의 감시는 2002년으로 이어진다. 자회사인 유키지루시 식품이 수입산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고 결국 유키지루시 식품까지도 폐업하게 됐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서 지불하는 댓가는 제품에 대한 신뢰는 물론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믿음이다. 또한 선택을 통해서 기업에 대한 감시와 평가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소비자의 책임으로서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만 공정한 기업 문화와 안전한 제품으로 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단순한 이슈에 휩쓸리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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