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노트’ 파문…‘살생부 의혹’ 일파만파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씨티은행 직원들은 요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정보 유출과 직원들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이 내부적으로 작성하는 영업점 평가자료를 놓고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데쓰노트(Death Note·살생부)’라는 의혹이 직원들로부터 제기됐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전국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BM(Branch Manager·지점장) 평가 기초자료’를 작성해 올리도록 지시했다.

이 자료에는 지점장을 ‘Pass(통과) 그룹’과 ‘Doubtful(의심스러운) 그룹’으로 분류해 각각 이름과 지점명을 적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씨티은행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의 갈등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현재 이 회사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을 담은 살생부가 돌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기초자료가 이른바 구조조정 살생부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데쓰노트’로 불리는 이 자료는 지난 8일 씨티은행이 56개 점포를 없애는 영업점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나서 작성됐다.

‘통과’ 그룹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 ‘의심스러운 그룹’은 구조조정 때 내보낼 사람을 의미한다는 게 씨티은행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190개 지점 가운데 56개를 줄이는 과정에서 650명으로 알려진 희망퇴직 목표를 채우려면 데쓰노트 같은 반강제적인 퇴직 유도가 필수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통폐합 영업점장에 앉힐 적임자를 선별하기 위한 작업일 뿐, 구조조정과는 상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6일 사내 공지를 통해 영동·옥수동·방배남·명동·부천·남역삼·광장동·반포중앙·부평중앙·청담파크지점 등 10개 지점을 추가로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씨티은행의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의 폐쇄 결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5개 지점의 명단이 나온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190개 지점 중 56개 지점을 폐쇄하는 등 전체 지점의 30%를 줄이고 650여명의 인력을 재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를 중심으로는 최근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노조에 청계천 사옥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도 결국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한 씨티은행 노조는 당장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노조 측 한 관계자는 “사측이 사실상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임단협이 결결됨에 따라 쟁의조정이 결렬되면 대의원대회를 열고 총파업 찬반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 또 다른 관계자는 “수익이 나는 점포까지 무차별적으로 폐쇄하고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도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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