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 “임기 채울 것”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사실상 사퇴할 것으로 보였던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내년 3월까지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우기로 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사퇴할 것이란 금융권의 당초 예상을 깨고 ‘임기 완주’를 선언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경영의 안정성을 더 우선한 조처라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 “김종준 은행장이 임기 만료시까지 은행장 직무를 수행한다”며 “이같은 결정은 대내외의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자칫 경영공백이 조직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내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또 “실적악화로 금융권 전반에 걸쳐 수익성 확보와 효율적인 경영관리가 최우선시되고 있는 시점에서 은행장 부재로 조직 내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임직원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007억원으로, 2010~2011년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이날 일부 언론이 김 행장의 사임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부랴부랴 배포하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1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미래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약 60억원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로 김 행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한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사퇴압박과 다름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특히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금융권에서 사실상 아웃되는 셈이다. 이런 일반적인 그림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그의 사임설이 빠르게 번졌다.
 
그러나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징계와 상관없이 주어진 임기를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이번 징계는 연임에 대한 부분”이라고 사임설을 일축했다.

당장 금융권 안팎에선 과거 중징계를 받은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진 사퇴해온 점과, 감독당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임기 완주가 가능할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그동안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금융사 수장으로는 카자흐스탄 BCC은행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과 법규를 위반해 투자 손실을 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있다. 이들은 임기 만료 전에 자진 사퇴했다.

특히 이번 일로 리더십이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행장이 앞으로 외환은행과의 통합, 외환카드 분사 등 주요 현안을 노조원을 포함한 내부 구성원들과 아무런 마찰 없이 진행할지도 미지수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중도 퇴진을 예상했던 금융당국은 외견상 “임기를 끝까지 완주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김 행장이 만약 지금처럼 자신의 주장을 고집할 경우 하나금융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진정으로 조직을 위한다면 결단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리더십에 손상이 간 상황에서 내년까지 임기를 고집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몇달을 못 버틸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하나은행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해 다양한 각도로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수위를 높이거나,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 승인 과정 등에서 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나은행 측은 이에 대해 “은행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언급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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