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윤초롬 기자] “와이파이 전화기 무료제공은 신규고객님들에게만 드리는 혜택입니다. 죄송하지만 기존 고객님들은 매월 기계사용료를 부담하셔야 돼요.”

얼마 전 기자가 티브로드 고객센터 상담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기자의 집은 원래 티브로드의 결합상품(인터넷, 인터넷전화, 케이블 TV)에 가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티브로드에서 인터넷전화 가입자에 한해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전화기를 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쁜 마음으로 신청하게 됐다.

굳이 무선공유기까지 설치할 정도로 와이파이존이 절실했던 것은 아니지만, 무료라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상담사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기존고객에게는 매월 2200원의 기계 사용료를 받고 와이파이 전화기를 임대해준다는 이야기였다.

왜일까? 신규고객과 같은 가격으로 같은 상품을, 심지어 더 오래 사용해왔는데 왜 기존가입자는 돈을 내야하고 신규고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단 말인가?

티브로드의 대답은 간단했다. 무료 와이파이 전화기 제공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모션’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기존고객은 프로모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배려하듯이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줬다. 발신번호표시 서비스에 가입하면 와이파이 전화기를 무료로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기존고객은 또다시 부가서비스에 신규로 가입해야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규고객만을 위한 프로모션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경쟁적으로 쏟아져나오는 쇼셜커머스 3사의 프로모션들이다. 쇼셜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들은 신규고객을 잡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쿠팡에서는 신규고객에게 1만 원 상당의 해피머니를 5000원에 판매했고 위메프에서는 신규고객에 한해 해외직구 무료배송 쿠폰을 증정했다. 현재 티몬은 신규회원에게 5000원 할인쿠폰과 무한적립혜택을 주고있다.

아무 혜택도 없이 먼저 가입해 그동안 차곡차곡 적립금을 쌓아오던 기존 회원으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신규회원만을 위한 프로모션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 게임 업체는 게임 아이템을 주는가 하면 취업포털 파인드잡은 바캉스비를 지원하고, GS 리테일은 이온음료와 영화예매권을 증정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신규고객 잡기에 혈안이 돼있는 동안, 충성고객 잡기에 열중했던 SKT의 정책은 단연 눈에 띈다.

지난 상반기, 이동통신사는 나란히 영업정지를 맞는 등 다사다난한 시기를 겪었다. 고객 이탈이 많은 업계 특성을 이용해 다른 이동통신사들이 신규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는 동안, SKT는 반대로 충성고객 잡기에 열중했다.

가입 기간에 따라 무한멤버십 혜택, 충전리필쿠폰 등을 지급하는가 하면 지난 4월과 5월에는 영업정지 기간을 포함한 약 7주 동안 ‘찾아가자 T멤버십’ 프로모션을 진행해 ‘평생무료통화권’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고객 충성도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중 하나인 해지율이 지난 1분기 기준 2.4%로 이동통신사 3사 중 가장 낮았으며 ‘찾아가자 T멤버십’ 기간에는 멤버십 프로모션 이용고객의 해지율이 78%나 감소했다.

신규고객이 아닌 충성고객을 공략했던 SKT의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와 닿았던 것이다.

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애인 사이에도 오랫동안 무심하면 이별이 찾아오는 법이다. 고객들 역시 자신에게 무심한 기업에게서는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기업들이여 명심하자. 당신의 충성고객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물고기라는 이 불멸의 진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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