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비비안 '소지섭브라' 판매량 42% 급증…생리대, 화장품, 가전 등 분야 다양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여성용품에 여성 모델만을 활용하던 업계 불문율이 점차 깨지고 있다.

최근 여성만의 전유물인 여성용품 광고에 남자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부터 유한킴벌리 생리대 '좋은느낌', LG생활건강 여성 화장품 브랜드 '수려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여성용품 광고에서 남성 모델을 찾을 수 있다.

   
▲ LG생활건강 '수려한' 모델 박해진

올 9월,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수려한은 배우 박해진을 모델로 기용했다. 그동안 수애, 문채원 등 단아함과 청순함으로 사랑받던 여배우들을 주로 기용하던 기존의 틀을 깨고 처음으로 남자 배우를 발탁하는 신선한 행보를 펼친 것이다.

박해진이 이번 모델로 발탁된 건 여심을 사로잡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건강하고 매끄러운 피부결 뿐만 아니라, '별에서 온 그대', '닥터 이방인' 등의 인기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를 주름잡는 한류스타에 이름을 올린 것 역시 한몫했다는 평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LG생활건강 ‘수려한’ 마케팅 담당자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모델을 발탁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케팅 담당자는 “배우 박해진이 중국에서 호감도가 굉장히 높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같이 아우를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모델 유연석

유한킴벌리는 자사 생리대 브랜드 ‘좋은느낌’의 캠페인에 배우 유연석을 활용했다.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칠봉이’, ‘밀크남’ 등으로 불리며 전 연령층의 여심을 흔들고 있는 유연석을 통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한킴벌리는 유연석에게 ‘순면남’이라는 애칭을 부여했다.

이벤트 페이지나 모바일에 접속해 캠페인에 참가한 이들에게 한 달간 유연석이 가상전화번호를 통해 모닝콜, 애교 동영상, 노래, 요리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캠페인의 마무리로 참가자 중 선발된 80명에게만 제공됐던 ‘100% 순면남 유연석과의 리얼 데이트’를 마련했다. 이 행사를 통해 여성 소비자들에게 사인회를 비롯해 사진촬영 등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이 이벤트를 통해 유한킴벌리 측은 “생리대는 이제 더 이상 감춰야 하는 물건이 아닌 '아빠' 또는 '남자친구'도 자연스럽게 챙겨줄 수 있는 생활필수품”이라며 “순정남 이미지로 통하는 배우 유연석을 활용해 100% 자연 순면이 가진 부드럽고 편안한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전달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마련한 것”이라고 전했다.

두 업체 보다 한 발 앞선 2011년, 남영비비안은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모델로 배우 소지섭을 발탁했다. 비비안이 남성 모델을 발탁한 것은 소지섭이 최초였으며, 이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써 많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 과거 '비비안' 모델 소지섭

기존 송혜교, 신민아, 신세경 등 여성 톱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던 불문율을 깨고 여성 란제리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남성 모델을 선택한 것이다.

비비안은 소지섭을 모델로 기용한 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소지섭이 광고에 등장해 소개한 제품은 일명 '소지섭 브라'라는 애칭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전 시즌과 비교해 판매량이 42% 증가했다.

특히 소지섭의 화보가 실린 2012년 캘린더는 매장에 배포된 지 한 달 만에 동이 났고, 포스터도 기존에 1000장 미만으로 제작하던 것을 소지섭을 기용한 후 1만 장을 추가 제작해야 했다.

최초 남성 모델인 ‘소지섭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1년간 연장 계약까지 했던 비비안은 올 8월 배우 조인성으로 모델을 교체했다. 소지섭에 이어 또 다시 남성 모델을 기용한 것이다.

여성용품을 남성모델들이 광고하는 것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어색하다”, “불편하다”, “남자들이 사용할 수도 없고, 한 번도 사용해보지도 않은 제품을 광고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동성이 아닌 이성이 광고를 하기 때문에 “더 시선이 간다”, “호감이 간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도 크다.

이 밖에도 여성용품은 아니지만 냉장고, 세탁기, 밥솥 등 주 타겟이 여성소비자인 제품에는 이미 이승기, 소지섭, 원빈 등 남자스타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동성보다는 ‘이성’ 연예인을 기용함으로써 더 매력적인 어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여성용품에 남성모델 바람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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