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자, 벌크과자 관심 증가…제과업계도 포장 개선 나서

[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국산과자를 흔히 '질소과자'라 부른다. 소비자들은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줬다'는 허무함을 벗어던지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자값은 올해 1분기 3.4%, 2분기 7.2%, 3분기에는 7.0% 올랐다. 과자값 상승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2년 5.6%, 2013년 3.6% 오른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오리온 마켓오 리얼브라우니(좌), 오리온 초코파이(우)

롯데제과는 지난해 10월 마가렛트와 몽쉘 등 9개 제품 가격을 평균 9.2%로 올렸으며 오리온도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를 비롯 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해태제과, 농심 등 다른 제과업체 역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소비자들은 가격은 오르는데 포장 속 내용물은 턱없이 적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 대학생 두 명이 질소과자로 한강 건너기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과자를 엮어 뗏목을 만들고 포장에 사용된 질소만으로 한강에 뗏목을 띄웠다. 사용된 과자는 약 160봉지로 성인 남성 두 명이 30분간 한강을 건널 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국산과자 과대포장을 풍자한 이 퍼포먼스는 한동안 뜨거운 화젯거리가 됐다. 

과대포장에 지친 소비자들은 국산과자를 대신할 대안을 찾고 있다. 먼저 ‘수입과자’다. 수입과자는 저렴한 가격과 간소화 된 포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8월 실시한 조사 결과, 올 한해 수입과자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66.5%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가 각각 80%, 71.2%로 수입과자 구매 경험이 중∙장년층보다 훨씬 많았다.

수입과자는 국산과자와 비교해 가격ㆍ용량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소비자 68.6%가 수입과자가 국산과자에 비해 과대 포장이 없다고 생각했으며 과자 종류에 있어서도 수입과자가 더 다양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수입과자 열풍을 타고 눈에 띄게 늘어난 프랜차이즈 형태 수입과자전문점은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했고 100호점을 돌파한 프랜차이즈도 있다.

   
▲ 대용량에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벌크과자'

또다른 대안은 '벌크과자'다. 벌크과자는 특별한 포장 없이 판매하는 대용량 포장 제품을 가리키는 말로 '인간사료'라고도 불린다. 한 번에 다 먹기 힘든 양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공동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벌크과자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가 이뤄진다. 예를 들면 1.5kg 과자가 1만 원대에 불과하고 구입처에 따라 할인쿠폰 등을 이용하면 이보다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일반과자보다 다양성이 부족하지만 쿠키, 감자과자, 옥수수과자 등 일반적인 과자류부터 어린 시절 먹었던 불량식품 과자류까지 약 30가지 이상이 판매되고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과자는 박스포장이나 낱개포장 없이 큰 비닐에 담겨 박스째 배송되는데 국내 제과업체가 판매하는 과자에서는 볼 수 없는 포장법으로 투박하지만 실용적이다. 다만 대용량제품이기 때문에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확인은 필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과업계도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곳은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지난 9월부터 개선작업을 시작해 포장재를 개선했으며 제품을 증량해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은 20개 브랜드로 이번 달부터 순차적으로 매장에서 판매한다.

   
▲ 오리온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과대포장 개선내용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는 기존 7개입 제품에서 한 개를 더 추가한 8개입으로 변경하고 대단한 나쵸, 썬, 눈을감자는 포장규격은 줄이고 내용물은 5%로 늘린다. 포카칩, 참붕어빵, 마켓오 리얼치즈칩 등은 포장규격을 줄여 포장 내 빈 공간의 비율을 낮췄다.

포장 규격을 줄여 생기는 비용 절감분으로 과자 양을 늘리고 품질을 개선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강원기 오리온 대표는 “앞으로 제품 외적인 요소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제과업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구에 사는 오 모씨(29)는 "국내 제과업계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줄지는 의문"이라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이 대안과자로 돌아서버리면 그 때는 국산과자가 변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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