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위반 건수 증가세…국회 규제강화 목소리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드라마 속 주인공이 뜬금없이 도넛을 먹고, 등산복을 사러 가고,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대사를 한다. 주인공 가족은 프랜차이즈 카페 혹은 음식점을 운영한다.

모두 드라마 흐름과는 관련 없는 불필요한 장면들이다.

최근 과도한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품 내용이 ‘좋다’, ‘나쁘다’의 본질적인 평가보다 작품 속 제품 PPL이 ‘자연스럽다’, ‘부자연스럽다’를 따지는 부가적인 평가가 더 화제가 될 정도.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4 광고산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광고산업 규모는 13조3564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 중 올해 최초로 조사된 방송광고 PPL 분야 취급액 총 규모는 405억 원으로 방송 광고비 1.2%를 차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협찬 ‘끼워팔기’를 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직적인 액수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PPL 광고비는 협찬ㆍ로고노출여부ㆍ제작지원 등으로 분류되며 평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PPL은 2009년 방송법 개정으로 허가를 받은 후 드라마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각종 방송프로그램을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엔 브랜드 이름을 살짝 바꿔 노출하는 방식의 소극적인 PPL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대놓고 상표를 노출해 극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간접광고에 대해 주부 김모씨(여 35)는 “노골적인 제품광고는 소비자 입장에서 오히려 반감을 갖게 한다”며 “게다가 막대한 광고비 역시 소비자의 몫으로 되돌아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청자는 곧 소비자로 직결되며, 원하지 않는 광고를 강제로 시청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tvN '미생',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최근 직장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드라마 ‘미생’에도 여러 PPL이 등장한다. 회사 내 직원들은 모두 '맥심'을 마시고, 회식은 항상 '유가네 닭갈비'를 먹는다. 극중 한석율 역할을 맡고 있는 변요한은 입에 늘 '정관장' 홍삼액을 달고 산다.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는 기저귀의 상표가 잘 보이도록 소파에 놓여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는 ‘댕기머리’가 실명으로 등장했다. 장혁이 사장인 장인화학 한방 샴푸 브랜드명이 댕기머리다. 이 모든 제품이 PPL 광고다.

과도한 PPL은 제재를 받기도 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4’)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과도한 PPL을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방통위는 ‘우결4’의 지난 1월 11일 방송분과 관련해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출연자들이 협찬사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 제품을 고르는 모습을 방송하면서 업체가 진행 중인 캠페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화장품 뚜껑에 사진을 인쇄해주는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면을 보여줬다”고 징계 이유를 전했다.

SBS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하 ‘그겨울’) 속 과한 PPL을 사과했다. 5월 8일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10회를 방송하기 전 자막을 통해 전작인 '그겨울'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는 것을 고지했다.

   
▲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제재조치

SBS 측은 “2013년 2월 13일 등에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프로그램에서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 46조(광고효과의 제한) 제2항 위반한 내용을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습니다”라고 자막을 내보내며 시정 조치를 따랐다.

PPL 법령 위반 건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PPL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 ‘광고 효과의 제한’을 위반한 건수는 2010년 14건, 2011년 39건, 2012년 41건, 2013년 6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간접광고 시행령에 따르면 간접광고 허용대상은 오락과 교양 분야로 보도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주 시청층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제외된다.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 로고 등 상품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이내, DMB는 3분의 1를 초과할 수 없다. 허용시간은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100분의 5이내로 제한된다. 그러나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인 경우는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PPL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3월 간접광고 규제를 위한 세부기준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된 개정안을 보면 간접광고 상품의 효능과 기능, 장점을 소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긴 방송사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최 의원은 “지나친 간접광고로 시청권 침해와 방송의 상업화, 프로그램 질 저하 등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나친 간접광고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사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청자단체와 학계에서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이재영 새누리당 소속 의원 역시 2013년 국감을 통해 “간접광고가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등장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낮춰 시청권을 방해하고 있다"며 "방통위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 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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