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ㆍ쓰레기만두 등 여론의 힘…부화뇌동말고 사태 직시해야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 지금으로부터 52년전인 1963년 출시된 '삼양라면'은 한국 최초의 라면이자 '국민 라면'으로 불리며 라면 시장을 선점했다. 당시 끼니를 잇기 힘든 서민과 빈민층에는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수 있는 최적의 식품이었다.

▶ 공업용 우지 파동…삼양라면 추락

한국경제 고속성장기인 1980년대 삼양라면은 '공업용 우지(牛脂=쇠고기 기름)' 파동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 1989년 11월 3일 검찰은 삼양라면이 라면의 원료로 사용하는 쇠기름을 공업용 우지에서 추출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13일 만인 그 해 11월 16일에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이 라면 무해 판정을 내렸지만 이미 1000여 명이 실직하고 60%에 달하던 시장 점유율은 10%대로 급락했다. 매출 급락으로 삼양라면 도봉공장은 3개월간 문을 닫아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다.

경쟁사인 농심은 반사 급부로 급성장, 드디어 업계 1위에 등극했다.

이로부터 8년 후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삼양라면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공업용 기름 사건은 각국의 문화가 다른데서 빚은 오해에 가까웠다. 소를 도축했을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고기는 물론 뼈 내장 기름 우설(소의 혀)까지 취해 식용하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오직 스테이크용의 고기만 취하고 소의 다른 부산물은 모두 공업용으로 분류하게 돼 있다.

이 소의 부산물을 가져다가 우지를 추출해서 라면을 튀긴 사실이 공업용 기름으로 식품을 제조했다는 희대의 스캔들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삼양은 이 사태로 한때 주가가 10원까지 떨어지는 굴욕도 맛봤으며 이 때 농심에 빼앗긴 업계 1위 자리를 아직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우지파동 후 라면을 튀기는 데는 동물성 기름이 아닌 팜유같은 식물성유를 사용하는 것이 대세가 됐지만 사실 동물성 기름이 맛이나 보존성 면에선 팜유보다 우위라는 설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여론재판의 또 다른 희생양은 결국 여론 재판을 가했던 소비자들이었고 자신들이 던진 부메랑에 자신들이 맞은 셈이다.

우지파동의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이지만 혹자는 삼양이 정치자금 제공을 거부해 우지파동이 일어났다고도 했으며 혹자는 경쟁사가 이러한 정보를 흘렸다는 말도 돌았다.

▶자극적인 제목 '쓰레기 만두'사건…제조사 대표 자살

2004년엔 일명 '쓰레기 만두'사건이 벌어졌다.

다수의 만두 회사가 불량한 재료로 만두를 만들다 적발되면서 벌어진 사건인데 당시 언론은 이를 ‘쓰레기 만두’라 지칭하며 크게 보도했고, 만두가 한동안 팔리지 않았다.

‘쓰레기 만두’란 정확히 말하면 ‘쓰레기로 버려져야 할 단무지 자투리가 일부 들어가 있는 만두소로 만든 만두’다.

비록 가공 과정에서 불결하게 취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나중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불량 만두를 제조했다고 의심받던 25개 업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전국민은 한동안 만두를 멀리 하고 먹거리를 불신하게 됐다. 급기야 한 만두 회사 사장은 자살을 하고 말았다.

▶ '왕따 동영상' 유포…학교장 자살

2005년 2월엔 경남 창원 소재 한 중학교에서 C 모군이 같은 반 급우를 괴롭히는 영상을 찍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왕따동영상'이란 이름으로 주요 포털로 급속하게 확대됐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C군은 물론 가담학생들의 신상 정보를 유포함과 동시에 해당학교 홈페이지와 경남교육청 홈페이지를 맹공격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와 교육청측은 "동영상사건은 장난이었다"고 해명하자 네티즌들은 '은폐 의혹'까지 내세우면서 학교측을 거세게 비난했고 급기야 교장이 자살하기에 이르렀다.

여론이 잘나가는 회사를 끌어내리고 사람들을 자살케하기도 한 사례들이다. 위 세 사례에서만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여론이 두사람을 사형시키고 1,000명의 해고자를 만들어냈다.

여론의 힘은 무시무시하다. 

권력보다 생명력이 긴(?) 금력의 힘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굴지의 한진그룹 계열사 대한항공조차 비행기 회항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으며 회항 관련자 중 일부는 형사처벌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비행기를 위력(?)으로 돌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니 옹호할 생각은 없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그만큼 여론의 힘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에 휩쓸리면 그 누구도 대항할새 없이 순식간에 사회적으로 매몰돼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사회에서 매몰된다는 것은 결국 생존문제에 부닥치게 됨을 의미한다.

여론이 잠잠해질 무렵엔 피해자는 죽거나 쓰러지거나 재기불능상태에 빠져버린다. 즉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셈이 되는 것이다.

보통의 형사재판은 충분히 심리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3심까지 가면서 가해자나 피의자는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펼칠수 있다.

그러나 여론 재판은 정당한 항변조차 변명으로 치부되면서 가해자나 피의자에 대해 더욱더 뭇매를 가하게 된다.

▶ 위메프, 인턴사원 해고? 수험생 불합격?

위메프가 11명의 인턴사원 전원을 해고했다고 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조사에 임했다.

근로기준법에는 수습사원도 해고하기 위해선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위메프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 여론의 핵심이다.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위메프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고 급기야 클릭으로 먹고 사는 위메프의 클릭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회사 생존문제에 부닥친 것이다.

위메프 측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인턴사원이 아니라 채용 과정상 업무 능력 테스트였는데 11명이 모두 올해부터 높아진 업무수행 기준에 미달돼 채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주간의 현장 투입은 인턴사원으로서가 아니라 수험생들의 3차 실무 능력 테스트였고 이 기준에 미달돼 불합격처리됐다는 게 위메프 측 의견이다.

만약 위메프 주장이 맞다고 한다면 11명 모두 탈락시킨 잔인한(?) 고과기준을 비판할지언정 법적으론 문제삼을수 없다.

2주간 노동력만 착취한채 법을 어기고 토사구팽했다는게 여론의 한 축인데 기업 인사를 조금만 담당해 본 사람이라면 첫 1~2주간 신입사원한테서 원하는 노동력을 얻는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나아가 기존 선배사원들의 시간 마저 빼앗는게 1~2주차 사원의 현주소이다.

따라서 노동력을 착취한 후 토사구팽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일부 주장엔 공감하기 어렵다.

각설하고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위메프를 두둔하자는게 아니다.

진실을 밝히고 여기에 따라 적정한 제재를 가하고 비판하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라 해고였다면 당연히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할말이 없지만 불합격이었다면 여론재판의 당사자는 모두 자숙할 일이다.

여론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나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에 의한 여론재판은 죄악시 돼야 한다.

법적으로 유죄가 성립되지 않은 가해자 또는 피의자에 대해 신상을 까발리고 수치심을 줘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시켜버리는 문화는 과연 옳은 것인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매장시켜버리는 것은 중세시대 유럽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마녀라는 이유로 뜨거운 불에 산채로 태워버린 마녀사냥과 뭐가 다르겠는가.

이젠 네티즌이나 소비자들도 형사재판보다 더 무서운 여론재판에 부화뇌동하기 보다는 한발 떨어져서 사태를 직시하려는 혜안이 필요할 때다.

이러한 혜안은 각자의 긴 인생 여정에 있어 등대와 같은 존재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아울러 기본 인권과 법치주의가 무시되기 일쑤이지만 사실상 통제자가 없는 온라인 토론의 맹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보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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