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하 감독의 10년에 걸친 거리 3부작 완결편…거친 남자로 다시 태어난 이민호

※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1970년대 강남 개발을 둘러싼 정치권의 싸움 속에서 스러져 간 두 남자의 이야기.

호적도 없이 넝마를 주우며 살아가던 ‘종대(이민호 분)’와 ‘용기(김래원 분)’는 강남 개발이라는 시대적 변화 앞에 보금자리였던 판자집을 철거 당하면서 거침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개봉 일주일을 갓 넘긴 시점에서 120만 관객을 돌파했다. 남자 냄새 물씬 나는 유하 감독의 새 작품. 영화 <강남1970>이다.

남자들의 로망

<장군의아들>, <두사부일체>, <친구>, <신세계> 등등 모두를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한국영화의 주요 소재로 자리잡은 소재, 건달 내지는 조폭.

일제강점기 종로부터, 고등학교, 부산, 화교 출신까지 출신과 소재, 배경은 각양각색이지만 어쨌든 모두 조폭이야기. <강남1970>도 간단히 말하자면 그냥 70년대 서울의 조폭이야기.

 

의리와 배신, 복수와 음모, 죽고 죽이는 칼부림은 여타 조폭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결정적으로 제목에서 다른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을 드러낸다. 지역과 시대를 정확하게 나타낸 <강남 1970>이란 제목에서 이 영화만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고 할 수 있다.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진부하다고 말하지만 흥행 성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매번 보는 장면이지만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싸움에서 마치 영웅처럼 상대를 거침없이 제압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다 알고 있더라도 관객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유하 감독의 전작인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거리>에 이어 <강남1970>을 보자면 유하 감독은 남성 관객의 로망을 채워주는 그만의 감성이 있다. 또 언제나처럼 쓸쓸한 엔딩은 남성 관객들의 로망에 방점을 찍어준다.

권상우, 조인성 그리고 이민호

유하 감독의 영화에 낙점된 주인공들을 나열하면 굵직한 남자 배우들이 등장한다.

권상우나 조인성의 필모그래피에서 유하 감독 영화 이후 작품을 살펴보면 그 전까지 가져왔던 이미지에 남성성을 더했다.

남자 배우가 맡을 수 있는 배역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면 진한 남자향기가 느껴지는 유하 감독의 영화 주인공은 한번쯤은 거쳐야 할 필수 코스가 아닐까.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일약 스타반열에 오른 이민호는 다시 한 번 드라마 <상속자들>로 대중들에게 교복이 아주 잘 어울리는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민호가 대중에게 알려진 후 그의 연기력에 대해 특별히 혹평이 있었던 적은 없다.

이번 <강남 1970>도 역시 부족함없이 ‘종대’역을 잘 소화했다고 보여진다. 그의 스펙트럼에 하나의 이미지를 더 추가하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그의 월등한 외모가 오히려 배역과의 이질감을 줬다.

특히 넝마주이 이민호는 배역과의 괴리감이 컸다.

넝마를 줍던 초반부터 영화 내내 항상 깔끔한 마스크와 훤칠한 키는 조폭이 아니라 그냥 연예인 같았다. 좀 더 외관상 변화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넝마를 줍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르게 드라마 <왕초>가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맨발’역을 맡은 배우 윤태영은 역할을 참 잘 소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세는 추억팔이

최근 잘 먹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추억팔이다. 지나간 날들의 기억을 회상하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높다.

이런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가 대세인 것은 최근 개봉작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흥행 성공을 이어가는 <국제시장>이 앞에서 끌어주고 포크 감성으로 무장해 2월 개봉을 앞 둔 <쎄시봉>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강남 1970>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70년대 강남의 모습을 구석구석 잘 묘사했다.

70년대를 상징하는 깃이 넓은 정장 차림부터 강남을 옛 명칭인 ‘영동’으로 부른다던가 ‘복부인’, ‘반지 돌리기’ 같은 당시 은어가 등장한다.

또 남편을 중동에 보내고 캬바레에서 제비와 바람난 아내나 OST(Original Sound Track)으로 사용된 혜은이의 ‘제3한강교’ 등도 70년대의 풍미를 잘 살렸다.

현재 고층빌딩이 즐비한 강남을 논밭으로 가득한 70년대 강남으로 묘사하면서 어린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성 관객에게는 로망을, 여성 관객에게는 이민호를 선물해 줄 수 있는 영화.

2015년 1월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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