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임경오 기자] '태산을 떠들썩하도록 요란하더니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뿐이었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이 고사성어의 어원은 특이하게도 중국이 아닌, 로마라는게 정설이다.

로마의 계관시인(桂冠詩人) 호라티우스(B.C.65~B.C.8)가 "많은 산들이 산고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라고 한 말을 중국에서 의역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호라티우스는 '현재를 즐겨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유명한 말을 남긴 시인이기도 하다.

그가 어떤 곳에서 이 구절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공화제 시행을 두고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대립하던 직후여서 시절이 하수상했을 것으로 보이며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말을 퍼뜨려놓고 나중에 흐지부지되는 상황이 많았음을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호라티우스 자신도 재산몰수 등을 당하기도 할 정도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으며 이 과정에서 태산명동서일필의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사람은 흔히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어떤 커다란 사건이 터지면 일부 사람은 그것을 터뜨린 목적이나 의도를 알고 싶어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늘 흐지부지되곤 한다.

사람들은 그 사건이 터지게된 배경이나 이유를 알고 싶어하지만 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시켜준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저 하나 둘 순서대로 내놓은 당사자들의 발표에 따라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경악하면서 냄비처럼 들끓다가 어느 순간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런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물론 이같은 망각의 구조속에는 언론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음은 부인할수 없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펀치'를 보면 언론은 철저히 검찰 내부의 정략과 계략에 이용되는 도구로만 전락돼 있다. 그저 보도자료를 던져주는대로 발표하면 국민은 이에 흥분하는 식이다.

언론인으로서 펀치의 극단적인 '언론의 도구화'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현실을 어느정도 반영했다는 점도 공감하지 않을수 없다.

역으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연못을 흙탕물로 만들듯이 한 언론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인 세상이다.

새해들어 위메프가 신입사원 11명을 모두 잘랐다고 해서 온나라가 떠들썩했다. 위메프는 사람자르는 악덕기업으로 전락했으며 세상사람 대부분이 손가락질했다. 급기야 박은상 대표는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고 발표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결론은 무죄였다. 즉 직원을 부당 해고시킨 것이 아니라 수험생 불합격이었다는 얘기였다. 다만 몇 가지 잘못이 있어서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태산명동서일필 사례다.

고용노동부는 위메프의 행위가 부당 해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혐의없지만 다만 3차 실무 테스트 기간 중 발생한 연장 및 야간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3차 실무 테스트 기간이 있음에도 채용공고문 상에 근무형태를 '정규직'으로만 명시해 구직자에 혼란을 야기시킨데 대해 과태료 84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조치는 굳이 비유하자면 A란 기업인을 배임횡령죄로 체포하고 보니 혐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여론을 의식해 A의 세금 미납, 운전시 신호 위반 등을 적발해 과태료등을 추징했다고 발표한 것과 다름 아니다.

국토부가 조현아 사건에 잘못 대처해 곤욕을 치른 것을 상기해보면 고용노동부의 조심스런 행보가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언론과 여론은 경미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가버린 것이다.

물론 법에 명시된 근로시간 이상으로 초과근무를 시키고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점과 비록 2차 테스트 등의 용어를 쓰긴했지만 근무형태를 '정규직'으로만 명시해 혼란을 준 점 등은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

이는 비단 위메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도 경종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그러나 행여 오보를 한 언론이 있다면 분명히 자숙해야 한다. 기자의 무지는 단순 무지가 아니라 죄악에 가깝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위메프와 한국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글로벌 기업 기준에 맞는 시스템을 정립해 한 단계 이상 도약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끝으로 첨언하자면 필자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2013년 12월 24일 당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일자리 창출 지원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으며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5일에는 현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으로부터 중소기업 판로개선과 고용확대 공로로 역시 표창장을 받았다(아래사진 참조).

고용창출을 많이 해 정부로부터 잇단 표창장을 받은 기업이 한동안 악덕 해고기업으로 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아이러니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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