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폐업 시 대책없어…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현재 유일한 해결책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아기성장앨범 전문스튜디오 업체들이 계약금만 챙긴 뒤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최근 성장 단계별로 아기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아기성장앨범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기성장앨범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가 2011년 174건, 2012년 208건, 2013년 31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접수된 소비자 불만 316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해제 및 해지’ 관련 피해가 244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과도한 위약금ㆍ촬영 지연 등 아기성장앨범 피해 끊이지 않아

만삭 때부터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 성장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른바 '성장앨범'이 몇 해 전부터 아기 엄마와 아빠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100만 원에서 최고 1,000만 원에 이르는 고가지만, 예비부모들은 소중한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자 과감히 거액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조리원 및 산부인과와 연계해 산모교실 이벤트 사은품의 형식으로 만삭 산모 촬영과 아기 50일 촬영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자신들의 스튜디오 성장앨범을 소개해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는 만삭 촬영과 50일 촬영을 진행한 뒤 소비자의 만족도에 따라 계약서를 작성 후 소액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매 촬영마다 비용을 분할 납부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 업체들은 소비자에게 현금으로 선불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딸아이를 둔 소비자 허 씨는 미끼 무료쿠폰에 낚여 덥석 성장앨범을 계약 했다가 이후 환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속 앓이 중이다.

허씨는 “무료 미니앨범을 만들어 주는 쿠폰을 이용해 만삭사진을 찍던 와중에 당장 성장앨범을 계약하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처럼 말하는 것에 현혹돼 성장앨범을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허씨는 그 날 바로 성장앨범 계약을 하고 계약금 20만원을 지불했다. 50일 촬영을 하기 위해 다시 사진관을 찾은 날 추가로 40만원을 더 입금했다.

허 씨는 “신랑 직장 때문에 일본으로 몇 년간 나갈 일이 갑자기 생겨 막상 100일 촬영을 못하게 돼 사진관에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60만 원 중 25만 원 밖에 환불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고 하소연했다.

허 씨는 만삭부터 아직 50일까지 무료로 만들어준다던 미니앨범도 못 받은 상태다.

이 점에 대해 허 씨는 “엄밀히 말하면 50일까지는 무료이고, 100일부터 성장앨범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아직 100일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닌데 무료로 찍어준다는 만삭사진과 50일 사진의 원본CD를 줬다는 이유로 35만 원을 받아 챙기는 것은 업체 측의 횡포”라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계약 후 업체가 사라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 계약금만 받은 뒤 폐업을 하거나 대표가 잠적을 해버리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관악구에 사는 박 씨는 “사진을 찍기도 전에 계약금을 모두 완납 해버린 나는 을이 되고, 돈을 챙긴 업체는 갑이 됐다”며 “업체 대표가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 배짱을 튕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업체는 스튜디오의 인테리어 공사를 핑계로 사무실 전화를 받고 있지 않으며, 다시 확인해서 연락을 주겠다는 식으로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또한 비슷한 피해자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일부는 형사고발까지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에 확인 한 결과 해당 업체는 지난해 9월부터 매출이 없는 상태로 박씨와 성장앨범 계약할 당시 계약이행 능력이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업체 폐업 시엔 대책 없어…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진촬영 현상업’의 경우 촬영 의뢰한 사진 및 비디오의 멸실 또는 상태 불량 시엔 계약금 환급 및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당 업체가 박 씨에게 앨범을 주지 않는 구체적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계약 불이행으로 간주 돼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

또한 민법 제390조 채무자의 고의 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시 손해를 배상한다는 규정에 의해서도 법적청구 검토 역시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소형 업체를 상대로 소비자들이 분쟁해결기준을 통해 보상 받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아기 사진 스튜디오 대표와 가족들이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내고 경찰에 구속 및 입건된 사건으로 한 차례 화제가 됐던 바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빚과 이자 부담 등으로 앨범을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업체 대표는 신규고객을 받아 계약금을 빼돌린 뒤 휴업통보를 내고 잠적했다.

당시 고소장을 낸 피해자만 2,200여 명이며, 피해액은 총 5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큰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후에도 이와 유사 사건이 계속 재발하고 있지만,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발만 동동 구른 채 뾰족한 대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소비자원 측도 사업자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대표와 연락이 가능할 경우에만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보상 하라고 권고 할 수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업자가 폐업을 한 경우 소비자원에서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가 직접 해당 업체 대표에게 소송을 진행하는 것 외에 현실적은 방법은 없다”며 “다만 대금을 지급할 당시 신용카드 할부로 계약을 진행했다면 신용카드사를 상대로 해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 할부대금업 청구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할부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제시하는 할인 혜택에 현혹돼 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아기성장에 따라 단계적으로 금액을 지불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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