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VVIP 등 더 고가의 좌석 등장…별 다를 것 없는 R석

[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공연업계가 공연장에 ‘R석’을 과도하게 배정해 고급좌석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아니냐는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뮤지컬을 즐겨 관람한다는 소비자 황 모 씨(33)는 “뮤지컬 티켓 값이 너무 비싸지만 이왕이면 좋은 좌석에서 관람하기 위해 R석 이상의 등급을 구매한다”며 “그런데 요즘은 상위 등급이 많아 R석에 가도 특별한 점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최고 등급이라고 여겼던 R석은 더 이상 공연을 관람하기에 썩 좋은 자리가 아닌지 오래다.

공연 업계가 계속해서 R석을 뛰어넘는 P석, VVIP석 등 새로운 등급의 고급 좌석을 만들어 냈기 때문. 티켓의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는 관람객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의 경우 좌석 등급에 따라 가격 차등이 두며 크게는 10만 원 이상 차이 날 정도로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 예술의 전당 표준좌석등급제

이에 지난 2012년 8월 예술의전당은 고가의 좌석등급을 계속 만들어내는 공연계 관행을 없애기 위해 앞장서서 표준좌석등급제를 도입했다.

표준좌석등급제 도입으로 최고 등급은 R석으로 통일하고 좌석 수를 제한했다. 

그러나 좌석 비율을 조정했으며 등급별 좌석 수를 고정시켰음에도 R석은 총 2,523석 중 866석으로 변함없이 가장 많은 좌석을 차지했다. R석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컨슈머치는 국‧공립 공연장 중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의 등급별 좌석을 조사했다. 같은 공연장이더라도 공연에 따라서 좌석등급 비율이 달라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을 한 편 씩 선정해 등급별 좌석을 조사했다. 

   
▲ 등급별 좌석 현황

조사 대상인 뮤지컬 <원스>, 뮤지컬 <팬텀>, 뮤지컬 <캣츠> 모두 R석 이상 고급 좌석이 과반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원스>는 R석, S석, A석, OP(오케스트라피트)석으로 나뉘어 있다. R석과 OP석은 12만 원이며 S석과 A석은 각각 10만 원, 6만 원이다.

시야장애 108석을 제외한 총 886석 중 최고 등급 R석은 490석으로 전체 비율 중 반 이상을 차지한다. 오케스트라피트석은 63석으로 12만 원짜리 좌석은 553석에 달한다.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고 있는 <팬텀>의 좌석 등급은 VIP석, R석, S석, A석 4단계이며 VIP석 14만 원, R석 11만 원, S석 8만 원, A석이 5만원이다. 최고등급의 좌석과 최저 등급좌석의 티켓 가격은 9만 원으로 비교 공연장 중 가장 심한 차이를 보였다.

보류좌석 53석을 제외한 총 1,178석 중 가장 비싼 VIP석은 452석으로 38%, R석은 359석으로 30%를 차지해 좌석의 60% 이상이 최고 등급의 좌석으로 배정돼 있다.

   
▲ 세종문화회관 캣츠 등급별 좌석배치도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캣츠>의 좌석 등급으로는 젤리클석, VIP석, R석, S석, A석, B석이 있다. 젤리클석과 VIP석이 14만 원으로 가장 비싸며 R석이 11만 원, S석과 A석이 각각 9만 원, 7만 원, 가장 저렴한 B석은 5만 원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1~3층에 걸쳐 3,022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는 대형 극장이다. 뮤지컬 <캣츠>의 등급별 좌석배치도를 보면 1층은 VIP석과 젤리클석, R석으로 지정돼 있으며 2층은 B석을 제외한 모든 등급의 좌석, 3층은 전체가 B석으로 채워져 있다.

배치도를 보면 S석과 A석 보다 R석의 비율이 더욱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섯 개의 등급 중 고급 좌석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등급이 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좌석 비율은 공연장에서 정하는 것이 아닌 해당 뮤지컬을 공연하는 기획사에서 정하기 때문에 공연장 측은 따로 제재하지 않는 모양새다.

공연장 측 관계자는 “뮤지컬의 좌석 등급과 비율은 해당 기획사가 정한다”며 기획사로 문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뮤지컬이 비슷한 비율로 등급별 좌석을 판매한다”며 고급 좌석을 많이 판매하는 건 공연 업계의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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