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영업사원 욕설논란과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 등 ‘갑의 횡포’ 논란으로 전국민의 뜨거운 공분을 샀던 남양유업 사태가 발생한지 어느덧 2년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의 '갑질'에 대해 124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했다.

전 국민적 비난이 쇄도하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당시 회사대표와 임직원들은 앞에서는 머리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는 한편, 뒤로는 조용히 과징금이 과도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진행했다.

실망과 분노에 휩싸인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으며 남양유업의 실적은 크게 떨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갑질의 원조’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남양유업이 부과 받은 과징금 124억 원 중 119억 원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남양유업에 부과된 과징금은 이로써 5억 원만 남게 됐다.

재판부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부 제품 등에 대해서만 강매가 인정될 뿐, 전체 품목에 대해 구매를 강제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고등법원 판결 후 시민단체는 법원 판결이 국민 상식에 반한다고 반발하고 나섰고 야당은 공정위의 무능을 질타했다. 그러나 대법원 역시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현재 남양유업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되는 중이다.

공정위가 애초에 여론을 의식해 과징금을 과도하게 매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아무리 그래도 과징금이 마치 폭탄세일 떨이 상품처럼 헐값이 되는 모습에 씁쓸함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과태료·벌금 부과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소비자들에게 대기업 과징금 96% 삭감 소식은 허탈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벌금, 몰수금, 과태료 등이 3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중 교통법규 위반이나 세금 체납 등으로 부과되는 과태료가 1조원으로 4년 만에 3배나 증가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슈퍼갑질’ 사건이 결국 기업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시대에 만연해 있는 ‘갑질’ 혹은 ‘불공정’을 막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지 모른다.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 예는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이는 기업이 불법으로 또는 불공정하게 이익을 얻었다면 해당 금액보다 훨씬 더 큰 배상액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이미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차후 유사한 불법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얻은 이익보다 훨씬 더 큰 배상액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3년 갑을관계의 횡포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하자는 법안 발의가 있었다.

대리점 본사가 불공정거래행위로 대리점 사업자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 최대 3배의 배상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있다.

남양유업 사건 이전에도 불공정거래는 있었지만 사건 이후 '갑을관계'를 활용한 콘텐츠는 쉴 새없이 생산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갑과 을을 나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으며 갑이 되지 못한 자들의 박탈감도 당연해 지는 모양새다.

언제까지 갑을시대를 바라만보고 있어야 하나. 하루빨리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갑질'을 뿌리뽑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갑질시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124억 원도 마뜩치 않은 상황에서 5억 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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