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논란에도 여성 비하광고 배짱…"계산된 노이즈 마케팅은 강력 제재" 지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런 식의 광고에 불쾌함을 표하는 것조차 이젠 지겨워요.”

최근 여성비하 및 여성혐오(이하 '여혐') 조장 광고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여혐 마케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놀러 갈 땐 우리차, 기름 넣을 땐 오빠차’…KFC부터 공차까지

지난 26일 SK플래닛(대표 서진우) 간편결제 서비스인 '시럽페이' 광고가 여성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는 일이 벌어졌다. 주유 멤버십 카드 광고에 ‘놀러 갈 땐 우리 차, 기름 넣을 땐 오빠 차’, ‘오빠들 힘내라고 주유 멤버십 추천’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 SK플래닛 모바일지갑 애플리케이션 '시럽' 주유 멤버십 추천 광고(출처=온라인커뮤니티)

해당 광고는 여성에 대해 남성의 차를 얻어 타면서 주유비는 부담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존재로 그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온라인으로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면서 시럽페이 이용자들은 고객센터에 항의 글을 올리고 집단 탈퇴까지 감행하며 해당 광고를 제작한 업체에 강한 불쾌함을 표했다.

시럽페이 광고를 본 한 여성 소비자는 “운전은 남자만 한다고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과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여성 비하가 합쳐지며 나온 황당한 광고”라며 “요즘 왜 이런 광고가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밀크티 전문점 프랜차이즈 ‘공차’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공차코리아(대표 김의열)는 지하철 옥외광고에 ‘영화용 친구, 식사용 오빠, 수다용 동생, 쇼핑용 친구, 쇼핑용 오빠’, ‘어장관리? 아니 메시급 멀티플레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와 함께 여러 명의 남성이 들어있는 어항을 든 여자도 그려 넣었다.

이 외에도 공차 음료 컵홀더에 ‘우리가 이별하던 날 내가 흘렸던 검은 눈물은 슬퍼서가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일이 생각나서였어. 신상으로 가득 채워놓은 내 위시리스트는 어떡하니?’라는 광고문구를 넣었다.

이 광고들 역시 여자는 남자를 어장관리 대상으로 삼고, 신상품을 사기 위해 이용한다는 식으로 여성을 비하했다며 많은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공차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광고 및 컵홀더 문구는 지난 2013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진행했던 광고로, 마케팅 분야에 충분한 숙지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면이 있다”며 “당시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깊이 반성하고 일주일만에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새롭게 논란이 불거진 얍(YAP)의 ‘줴훈줴훈’ 광고문구는 공차코리아와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얍측에서 독단적으로 공차 로고 및 문구를 사용한 것”이라며 “해당 문구와 브랜드 로고 사용에 대해 강력히 항의해 공식 사과 공문까지 받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패스트푸드 업체 ‘KFC’는 최근 새롭게 선보인 신메뉴 스모키와일드 치킨버거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옥외 광고를 부착했다가 여혐 광고 논란에 휩싸여 이틀 만에 광고 철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문제가 된 광고는 ‘자기야~ 나 기분전환 겸 빽 하나만 사줘’라는 문구가 상단에 크게 쓰여있고 그 밑에는 불꽃 그림과 함께 ‘음… 그럼 내 기분은?’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여자친구가 명품 가방을 사달라고 조르자 그 말은 들은 남자친구는 화가 나는 상황을 표현한 상황임을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해당 제품은 ‘숯놈들의 버거’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KFC코리아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고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현재 해당 소재 광고는 모두 철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제발생 직후부터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서 실망을 안겨드린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논란에도 비슷한 광고 계속 나와…의도된 노이즈 마케팅?

앞서 세 가지 광고 모두 최근 1개월 동안 문제가 터진 광고들이다. 단순히 한 업체의 불찰로 빚어진 잘못된 광고 마케팅으로 치부하기엔 최근 들어 이런 식의 논란을 유발하는 광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과거 롯데주류 처음처럼은 ‘술과 여자친구의 공통점, 오랜 시간 함께 할수록 지갑이 빈다’는 소주 광고를 제작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오지탐사대 모집 포스터에 ‘전공책 한 권도 무겁다고 오빠 부르던 네가 오겠다고?’라는 문구를 넣어 빈축을 샀다.

이 밖에도 ‘신상 명품백을 득템하려면 남친을 사귀면 된다’는 광고로 물의를 일으킨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 ‘지루했던 남친 군대로, 나는 어장관리 홍대로’라는 광고를 제작한 KB금융그룹까지.

성별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사회적 편견을 심어주고 심지어 여성 비하하는 것까지 서슴지 않는 광고들은 업계 분야를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만들어져 주기적으로 문제가 터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화장품 등 여성 소비자를 주 타겟층으로 하는 업체까지 이러한 광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제작•유포하고 있으며, 제품과 연관성도 크게 없는 내용을 사용해 논란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러다 파장이 커지면 업체들은 재빨리 사과문을 올리고, 비하 의도 없이 그저 재미로 사용한 문구라고 해명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비난이 끊이지 않는데도 계속 이러한 광고가 만들어지는 건 기업들이 제품 홍보를 위해 노이즈마케팅을 노리고 일부러 제작해내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한편, 여혐과 관련한 논란이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까지 번지자 이를 이용한 광고 등에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여성혐오에 대한 광고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제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오히려 여성가족부가 정부 공익광고 등에서 여성차별•혐오에 일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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