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내부 판촉 행사였을 뿐 오해"…원유가격연동제, 수급불균형 초래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직원들의 월급을 우유로 대신 지급한 이른바 ‘우유페이’ 논란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우유페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국내 우유시장의 심각한 침체기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서울우유 ’우유페이’ 논란…왜?

최근 서울우유협동조합(조합장 송용헌, 이하 서울우유)이 직원들 월급의 일부를 우유와 치즈 등 자사 유제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서울우유협동조합 제품

소비자들은 신조어 ‘열정페이’에 빗대어 ‘우유페이’로 부르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서울우유 측은 즉각 “우유시장 축소와 경영 악화 속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6월 월급 중 일부를 자사의 우유 및 유제품 구매하자고 제안했고 임직원이 함께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우유 측에 따르면 임직원 1,700~1,800명 정도가 3억~4억 원 가량의 유제품을 나눠 받았다.

일반 사원의 경우 월급의 10%를, 팀장 이상은 직급에 따라 20~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런 식으로 지급 받았으며, 임원 중에는 최고 200만 원어치를 유제품으로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의 한 관계자는 “1위 업체로서 직원들이 유제품을 하나라도 먹는 모습을 더 보여주자는 제안이 나왔다”면서 “우유판매 촉진과 더불어 직원들에게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기회를 주는 하나의 내부판매 행사였다”고 말했다.

▶우유시장 ‘침체기’…원인은?

‘우유페이’ 논란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우유업계의 침체기가 심각하다.

업계 1위 서울우유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5%나 급감했으며 반기 순익은183억8,200만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 진열된 서울우유협동조합 제품

매일유업은 지난해 상반기 152억 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올 상반기엔 76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남양유업은 판관비 등 지출을 줄이면서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해 서울우유만큼이나 매출확대가 절박한 상황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반 소비자들의 우유 소비는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라며 “반면 수요가 많은 특수거래처(커피전문점 등)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유업계가 실적 저하에 허덕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급의 불균형이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오히려 넘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흰우유 소비량 2012년 28.1㎏에서 지난해 26.9㎏으로 줄고 있지만 우유 재고는 갈수록 늘어 지난해 연말기준 23만2,000여 톤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2013년 재고 대비 150%에 달하는 수치다.

▶'가격인하' 원유가격변동제에 ‘발목’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낙농업계는 공급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3월 젖소 3,600여 마리를 도축하기로 의결했고, 서울우유도 올해 1월부터 젖소 5,400여 마리를 도축했다.

지난 16일 농협 축산경제도 젖소 도태 장려금으로 400억 원을 지원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각 낙농업 조합들은 3개월간 3,800여 마리를 도축하기로 결정했다.

   
▲ 우유 및 유제품 진열대

일각에서는 재고가 쌓인다면 공급을 줄일 것이 아니라 우유가격을 낮춰 소비를 촉진시키면 될 것 아니냐며 우유 및 유제품 가격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가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며 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생산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해 매년 8월 1일부터 조정가격이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낙농가의 안정적인 원유 생산을 돕기 위해 시행됐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공급이 수요를 추월했으니 가격이 떨어져야 맞지만,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우유가격은 꼼짝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른 우유값 때문에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송용헌 조합장은 지난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유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유제품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원유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젖소 도축을 비롯 송아지 모유 먹이기, 기본생산량 초과원유 생산 자제, 원유 소비 촉진 등의 노력을 기울겠다"고 밝힌바 있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있는 유제품 개발보다는 직원을 담보로 한 원유소비 촉진에만 공을 기울이고 있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유제품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와 업체, 협회 등이 모두 발 벗고 나서 행사를 진행해 왔지만 솔직히 큰 효과가 없었다”며 “오히려 이번 서울우유 이슈로 최근 유업계와 낙농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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