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사은품합치면 할인금액 5% 초과" 관련도서 과태료 부과…논란 촉발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김훈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가 발매되면서 지급됐던 사은품의 위법 논란과 함께 도서정가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시행 1년을 앞둔 지금, 도서정가제에 대한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시행 1년, 판매량·매출 감소?

지난해 11월 21일부로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신·구간 구분 없이 할인율이 정가의 최대 15%로 제한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무분별한 할인 경쟁, 책값 거품, 왜곡된 유통질서 등을 바로잡아 침체된 출판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물론, 출판사 및 중소서점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21일부터 3개월간 신간 단행본의 평균정가가 1만8,648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출간된 유사 도서들의 평균정가인 1만9,456원보다 4.2%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들은 개정안 시행 이후 출판시장이 더 침체됐다는 평가다.

문체부의 발표와 달리 소비자들이 느끼는 하락폭은 크지 않다. 평균 20~30% 이상의 할인가로 책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엔 그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통계를 살펴보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3개월간 출간 도서의 종수는 1만7,364종으로 전년(1만8,844종)보다 7.9% 감소해 출간 자체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뿐만아니라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전 6개월(2014년 5월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과 시행 후 6개월(2014년 11월 21일부터 2015년 5월 20일까지)을 비교했을 때, 구간 판매량은 30.9%로 크게 줄어들었고 신간 판매량도 5.2% 감소했다.

예스24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 이후 도서 판매 및 출간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양은냄비 증정’ 도서정가제 위반

도서정가제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줄을 잇는 가운데 최근 ‘사은품’ 증정 문제가 잡음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김훈 작가의 신간 <라면을 끓이며>의 예약판매 과정에서 출판사 문학동네가 라면과 양은냄비를 사은품으로 증정했는데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이를 도서정가제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도서 정가의 10% 할인과 5% 포인트 적립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면을 끓이며>의 정가는 1만5,000원으로, 10% 할인 된 1만3,500원이 최저가이며 포인트 적립은 750원이 최대 상한선이다.

이상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팀장은 “문학동네는 5% 포인트 적립과 사은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학동네가 제출한 양은냄비 제조원가 1,800원에 라면 가격 554원을 더하면 책값의 5%를 훨씬 넘기 때문에 심의위가 도서정가제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출판업계의 사은품 증정 이벤트가 ‘꼼수마케팅’이라며 논란이 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위반 판정을 받고 과태료까지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판시장 침체 부추길까 ‘우려’

사실 사은품 증정은 그동안 지속돼 온 판매율 저하를 타계하기 위해 업계에서 아름아름 진행해 왔다.

기준금액 이상 구매 시 또는 추천책 포함 몇 권이상 구매 시 클러치, 텀블러, 북박스 등을 증정해 도서 구매에 소극적인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켰다.

   
▲ 김훈 산문 <라면을 끓이며>. 문학동네

일부 소비자들은 출판업계가 나름대로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이 이번 판단으로 제재되면 앞으로 출판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 놓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생 박 모(25.남)씨가 올해 구매한 책은 대학교재를 제외하면 5권 남짓.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인 지난해는 한 달에 2권 꼴로 총 40여권의 책을 구매했다. 박 씨는 현재 대부분의 책을 학교 도서관을 통해 빌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제도 시행 후 소비자 입장에서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은 제한됐고, 서점들은 매출이 떨어져 고민인 상황”이라면서 “이 와중에 사은품 제재로 시장이 또 위축된다면 도대체 도서정가제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직장인 김모 씨(33.남)는 “사은품을 규제하는 이유가 단순히 소형출판사, 동네책방이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대형마트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이유는 배송, 다양성, 편의성 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지 꼭 사은품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