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계할 계책으로 자리잡아…시세차익 노린 '리셀러' 문제 대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유통가에서는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명품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 등과 손잡는 협업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참여한 기업들의 고유 특성에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더해 개성 강하고 차별화 된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한다.

더욱이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은 한정판으로 출시돼 소장가치까지 극대화 돼 많은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종종 과열되는 양상을 띠며 '리셀러' 등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발망이 뭐길래?” 노숙까지 불사

지난 5일 H&M 매장 앞에 난데없는 노숙 행렬이 이어져 화제를 모았다. 각 지점마다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400명까지 총 대기인원이 1,000여명을 훌쩍 넘겼다.

   
 

스웨덴 SPA 브랜드 H&M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 제품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약 일주일 전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인파가 H&M 매장 앞에 응집한 것이다.

고가의 발망 제품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열띤 경쟁이 펼쳐졌고, 해당 제품은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품별 1개씩으로 제한했음에도 전국 매장에서 3시간 만에 대부분 완판됐다.

이번 H&M과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엄청난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내며 대성공을 이뤘다고 평가된다.

H&M 관계자는 “그동안 수 차례 콜라보레이션을 해왔지만 전 세계 어느 매장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H&M은 베르사체, 랑방, 알렉산더왕, 지미추, 이자벨마랑 등 쟁쟁한 업체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콜렉션을 한정적으로 출시해왔다. 이번 ‘발망대란’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H&M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소비자들은 다음에는 또 어떤 곳과 손을 맞잡을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 '콜라보' 열풍…업종 경계 허물어

브랜드 간의 세계적 디자이너 혹은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패션업계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일룸-멘디니 디자인 콜라보레이션

가구 브랜드 일룸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eo Mendini)와 협업해 디자인한 프리미엄 라인 ‘리가(Riga)’ 시리즈를 선보이며 소비자 관심을 이끌었다.

시계브랜드 스와치는 아티스틱한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포르투갈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조안나 바스콘셀로스와 협업으로 전 세계 999피스 한정 출시되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조안나 바스콘셀로스가 그린 드로잉을 따라서 금 세공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999개의 골드 다이얼을 하나하나 세공한 것이 특징으로 국내에는 단 두 점만 입고됐다.

음료업체 스무디킹은 최근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해 클래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조성진 실황앨범을 스무디킹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획상품을 내놨다.

스무디킹과 유니버셜뮤직이 선보이는 해당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조성진 2015 쇼팽 콩쿠르 실황앨범’과 엽서 5종, 스무디킹 쿠폰 2매로 구성돼 있다.

▶무민·도라에몽 '콜라보' 단골손님…완판 행렬

식품·화장품 업계에서는 특히 만화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호한다. '키덜트' 열풍과 함께 어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던킨도너츠와 협업으로 대란을 일으켰던 북유럽 대표 캐릭터 ‘무민(MOOMIN)’은 올해도 유통업계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의 단골소재다.

   
▲ 해피바스 무민 스페셜 에디션

지난 10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캐시캣은 ‘캐시캣 코드X무민 에디션’을 출시했고, 잇따라 11월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 역시 자사 목욕용품 브랜드 해피바스와 무민을 콜라보레이션한 ‘무민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도 무민과 손잡고 생활용품, 가구, 인테리어에 관련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다.

배우 '심형탁'으로 인해 새삼 주목받고 있는 도라에몽 역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에 자주 이용된다.

최근에는 커피전문점 드롭탑이 인기 캐릭터 도라에몽과 협업한 신메뉴 4종을 출시한지 열흘 만에 8,800개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에이블씨앤씨의 화장품 브랜드 어퓨는 ‘도라에몽 콜래보레이션 에디션’을 대거 출시해 품절을 기록한데 이어 몬드리안, 베티붑, 가필드 등 다양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선보여 쏠쏠한 재미를 봤다.

▶소비자 지갑 ‘활짝’…리셀러도 덩달아 ‘활개’

이번 '발망대란'이 순식간에 종료된 뒤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중고장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일부터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한정판 제품을 웃돈을 얹어 사고 판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 발망-H&M 콜라보레이션 제품 관련 인터넷 중고장터 현황.

대부분 한정판으로 발매되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그 희소성 때문에 소비자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구매 경쟁을 유발시킨다.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화제가 될수록 희소성은 높아지며 이는 '리셀러(re-seller)'가 활개를 치는 원인을 제공해 일반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세 차익만을 노리는 리셀러들이 몰리며 구매경쟁이 비정상적으로 치열해지고 중고시장을 거치면서 결국 물건 값이 과도하게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한정판을 싹쓸이한 뒤 2~3배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엄청난 차익을 챙기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셀러들로 인해 일반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개인간의 거래를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며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기획의도가 리셀러들에 의해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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