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수정 위한 스티커 사용 자체가 위법"…수입맥주 상승세 꺾일 듯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 수입맥주 업체들이 연달아 ‘유통기한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국내 대형마트에 따르면 전체 맥주 판매 중 수입맥주 비중은 4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 고전을 거듭하는 국산맥주와 크게 대비되고 있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의 잇따른 유통기한 조작 논란은 잘 나가던 수입맥주 시장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네켄, ‘데스테라도스’ 33만캔 전량 회수…왜?

   
▲ 하이네켄 데스페라도스(왼쪽), 밀러 밀워키 베스트 프리미엄(오른쪽)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 중인 네덜란드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신제품 '데스페라도스'가 유통기한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제품은 지난 7~8월 경 수입된 제품으로 500㎖ 용량의 캔 제품이다.

해당 제품에는 ‘유통기한은 캔 밑면 제조일로부터 1년’이라는 유통기한 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었으나 이를 떼어내자 ‘유통기한은 캔 밑면 표기일까지’라는 활자가 새롭게 드러났다.

캔의 밑면에는 2015년 7월 15일이 유통기한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티커대로라면 유통기한에 문제가 없지만 스티커 부착 전 표기대로라면 유통기한이 무려 4개월 가량이 지난 제품이 된다.

이에 대해 하이네켄코리아 측은 라벨링 표기 번역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조정된 문구로 스티커를 붙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동시에 슬그머니 해당 제품을 회수하면서 조작 의혹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문제가 된 기간 하이네켄코리아가 수입한 '데스페라도스'는 총 33만 캔이며 이중 시중에 유통된 12만2,928캔을 전량 회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네켄코리아 한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신선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 만큼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네켄 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품의 신선도와 상관없이 식품위생법상 유통기한을 수정해 스티커 형태로 붙이는 것 자체로도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 식약처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하이네켄 유통 제품의 신선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루 차이로 하이네켄에 이어 미국의 맥주업체 밀러 맥주도 유통기한을 표기하기 위해 뒤늦게 스티커를 붙인 것이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밀러 맥주를 수입하는 사브밀러 코리아가 자사맥주 밀워키 베스트 프리미엄 맥주의 유통기한을 캔에 스티커를 붙여 변경했다. 밀러 측 역시 원래 쓰여 있던 '유통기한은 제품밑면표시' 위에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년'이라고 표시된 스티커를 붙였다.

▶잘 나가던 수입맥주 ‘브레이크’ 걸리나

최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수입 맥주를 유통하는 소매점 증가로 접근성이 개선된데다 한·미, 한·EU FTA 등의 영향으로 가격경쟁력까지 높아지면서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 네덜란드 맥주브랜드 하이네켄

홈플러스에 따르면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12.1%에 불과했으나 2015년(1~8월) 42.9%로 최근 6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맥주 매출 비중은 87.9%에서 59.8%로 감소했다.

롯데마트의 수입맥주 매출 신장률 역시 2012년 14%, 2013년 33.9%, 2014년 23.8%였고, 올해 1∼6월에도 9.7% 늘어난 3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증가세다.

특히, 하이네켄과 밀러는 파울라너, 아사히, 호가든, 기네스 등과 함께 인기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지명도 높은 수입맥주로, 이번 유통기한 조작과 관련한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수입맥주에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NS등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수 많은 소비자들이 하이네켄과 밀러의 이번 행태에 대한 커다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강북구에 사는 소비자 김 모씨(30)는 "수입맥주가 한결 저렴해진 턱에 자주 즐기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수입맥주를 더이상 신뢰할 수가 없다"면서 "고작 스티커를 붙여 꼼수를 부린 것이 사실이라면 국내 소비자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