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증가·빈병보조금 등 인상요인 겹쳐…'서민 술' 이미지 탓 체감 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빈병보조금 논란으로 소주업계가 들썩이더니 결국 소주값이 올랐다.

지난 30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가 ‘참이슬’ 가격 인상을 발표하자 눈치만 보던 경쟁업체들도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소주’와 ‘맥주’의 도미노 인상이 전망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느끼는 체감 인상폭은 실제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참이슬 가격 인상에…처음처럼, 좋은데이도?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2년 소주 출고 가격을 8.19% 인상한 뒤 만 3년 만에 소주값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주 출고가격은 5.62% 인상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360㎖)의 출고가격은 병당 961.70원에서 54원 오른 1,015.7원으로 결정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2년 이후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비롯한 원료비, 포장재료비, 물류비 등 누적인상요인이 12.5%에 달했으나, 원가절감과 내부흡수 등을 통해 인상률을 최대한 낮춰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통상 소주값 인상은 리딩업체인 하이트진로가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리면 경쟁업체들도 따라가는 식의 흐름을 이어왔다. 때문에 하이트진로가 인상을 결정한 이상 조만간 롯데주류 ‘처음처럼’, 무학 ‘좋은데이’ 등 경쟁 소주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12년 12월 20일에도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의 물꼬를 트고 일주일 뒤인 28일 무학이 바통을 이어받아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이들해 1월엔 롯데주류도 가격을 올렸다.

   
▲ 소주업계 주요 3사의 연도별 출고가 변화(출처=각 사)

올해도 이 흐름은 이어져 3일 맥키스컴퍼니(옛 선양)와 한라산소주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맥키스컴퍼니는 O2린의 가격을 기존 963원에서 1,016원으로 5.5% 올렸다. 한라산소주는 한라산소주와 한라산 올래 2종의 가격을 각각 1,080원, 988원에서 1,114원, 1,016원으로 인상했다.

롯데주류, 무학 등은 아직 소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맥주까지? 주류업계 전반에 걸쳐 도미노 인상 ‘예고’

주류업계 가격 인상은 수개월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7월 소주 원료인 주정값이 5.82% 인상되자 누적된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과 물류 비용 증가 등 가격 상승요인을 안고 있던 주류업계는 일찌감치 연말께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9월 환경부가 주류의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을 골자로 한 ‘자원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연내 가격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화 돼가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소주의 경우 빈 병 취급 수수료가 17원 인상되고, 보증금도 60원이 오르게 돼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끊임없이 의견을 피력해 왔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무학, 롯데칠성음료 등이 소속된 한국주류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보증금 인상을 제조 가격에 반영하면 출고가가 12.3%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소주값 인상이 맥주업계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주값 인상이 성공하면 맥주값 인상에 강력한 명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주 출고가격 1000원대 첫 진입…소비자 체감 폭 유독 큰 이유?

올해 리큐르(저도수 과일소주) 열풍으로 전체 소주 매출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일반 소주만 놓고 봤을 때 경쟁 과열로 인해 수익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여러 비용증가 요인까지 겹치며 주류업계가 3년 만에 결정한 소주값 인상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차갑다.

더욱이 지난 2012년 72.8원을 올려 8.19%를 인상한데 비해 이번에는 54원 5.62% 올려 3년 전과 비교해서 인상폭은 더 줄었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껌 한 통에 1,000원이 넘고, 라면이 1,500원에 육박하는 물가와 비교하면 사실 소주 출고가는 아직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다만 소주는 대부분의 소비가 주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 차이를 더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소주가 ‘서민’의 술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나비효과로 인해 출고가가 조금만 올라도 주점 식당등에선 인상폭이 상당히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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