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코어 1~2년차도 퇴직 대상 논란…협박 의혹까지 '총체적 난국'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두산그룹(회장 박용만)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대표 최형희)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켜 비난의 중심에 섰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망퇴직 요구에 불응하는 직원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등 강압적인 퇴직 권유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금수저·흙수저, N포세대, 열정페이, 헬조선 등 젊은 세대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절망스러운 심정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한 해였다.

때문에 박용만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람이 미래'라더니 신입사원에 ‘명예퇴직’ 권고

지난 7일 두산인프라코어는 공고문을 내고 3,000명에 해당하는 사무직 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받았다. 접수자 중에는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을 포함해 23살 ‘최연소’ 신청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져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은 2009년부터 7년동안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광고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신입사원 명예퇴직 논란과는 모순되는 행보여서 더 큰 역풍을 맞고 있다.

익명게시판을 통해 글을 게시한 직장인 A씨는 “현재까지 사원, 대리급 90%가 전멸했다. 중역 자제들만 살아남았다. 채용도 임원 자녀들을 우선으로 뽑아놓고, 구조조정도 면세점으로 제일 먼저 구해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B씨는 “29살에 명예퇴직을 당하는 기분을 다 느껴본다. 타이밍이 좋지 않아 다른 기업 하반기 공채도 못 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타 회사 직작인들도 남 일 같지 않아 착잡하다는 반응이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33.남)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실무는 맡지 않는 임원급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임금 대비 고효율의 자원인 20~30대 젊은 사원들을 내보낸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에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얼마나 어렵길래?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 신청 접수는 올해만 네 번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건설 경기침체로 인한 부진과 ‘밥캣’ 인수 후유증으로 인해 적자 속에 빚이 쌓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이로 인해 위기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조7,298억 원, 영업이익 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80.1% 줄었다. 결국 3분기 당기순손실 2,12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 외에도 알짜 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부를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두산이 매각가격을 1조8,000억 원에서 2조 원까지 희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1조2,000억 원 정도에 불과해 간극을 줄이지 못할 경우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이번 신입사원을 포함한 희망퇴직 이슈로 두산인프라코어 재무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용만 회장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 '비난'

   
 

비난이 거세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건설기계업이 예상치 못한 불황에 빠져 감원을 많이 했다”며 “1~2년차 직원들은 철회하도록 지시하겠다. 계열사에서 곧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 1∼2년차는 반려하기로 결정됐다"며 "이미 희망퇴직을 접수한 28명 전원에 대해 철회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은 두산그룹이 당장의 비난만 면해보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를 보이고 있다며 거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 사이에서 ‘희망퇴직’의 가면을 쓴 강압적 명예퇴직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익명의 한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은 “다음에는 위로금조차 주지 않겠다는 압박에 이번에 퇴직을 결심했다. 이미 동기 중 80%가 쓸려나간 상태”라며 “그나마 미혼자들은 좀 낫다. 결혼 1~2년차의 기혼자들은 갑작스러운 실직에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이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손원영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장은 “대기발령 대상자들은 사외에서 장시간 명상을 강요받고, 회고문을 작성해야 하는 등 인권 침해 행위를 받고 있다”며 “직원들을 정신적으로 괴롭혀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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