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유통 대기업 이랜드의 디자인 도용 의혹에 대해서는 유독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터진 도용 논란만 해도 벌써 세 번 째, 하필이면 매번 영세한 소규모 업체의 제품 도용으로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된 건 머플러 공방.

지난해 가을 한 중소업체 L사가 6만8,000원에 팔았던 갈색 혼방 목도리와 유사한 제품을 올해 이랜드 편집숍 브랜드 ‘폴더’가 훨씬 저렴한 가격인 2만3,900원에 판매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전량 철수시켰다.

도용 여부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이랜드 측 한 관계자는 “도용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해당업체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L업체의 말은 달랐다. 이랜드 측과 현재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여건 상 소송이나 추가 조치를 취할 여유도 없으며, 다만 문제가 더 이상 커지길 않길 원한다는 L업체 관계자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소비자들은 대기업 이랜드가 소규모 개인사업 및 중소업체들과 제품 도용문제로 옥신각신 다투는 모습은 몇 번을 지켜봐도 볼썽사납다고 지탄하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의 사탕을 빼앗는 다 큰 어른을 보는 것처럼 한심함까지 동반된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이랜드의 도용 의혹 역사는 꽤나 깊고 유구하다.

2012년에는 ‘스파오’ 양말 디자인이 1인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따라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고, 2013년에는 외식 브랜드 ‘애슐리’는 중소 외식업체 인테리어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당했다.

당시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 인테리어 도용 소송전의 책임을 물어 홍길용 대표를 전격 경질할 만큼 큰 사안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여성 SPA 패션브랜드 ‘미쏘’, 패스트리빙 SPA 브랜드 ‘버터’, 신발 편집숍 ‘폴더’까지 잦은 도용 논란에 휩싸이며 제 살 깎아먹기 식 기업 이미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연이은 도용사태에 대해 지난해 특허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연배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보상을 하고 도용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검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랜드의 중소업체 디자인 도용문제는 계속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랜드그룹이 소비자로부터 모든 신뢰를 잃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 ‘검증시스템’의 효력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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