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수아 기자] 정확한 보도는 언론의 사명이요 생명임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지만 현실에선 종종 그렇지 못한 사례가 발견된다.

지난 1일 일부 언론 보도에서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글로벌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폭스바겐이 큰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면서 은근히 한국 국민의 수준을 낮추는 듯한 뉘앙스의 기사가 포털에 게재됐다.

이 기사의 핵심은 배출가스 조작 여파로 중국이나 일본은 폭스바겐과 폭스바겐의 고급브랜드인 아우디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두자릿수 신장을 했다는 내용이다.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민도(民度)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은근히 낮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정말 그럴까.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폭스바겐 판매량은 36.8%, 일본의 판매량은 18.8%나 줄어들었지만 국내에서는 감소는 커녕 오히려 16.5%나 증가했으며 아우디 역시 17%나 늘었다.

이에 기자는 다른 차종들의 판매 추이도 살펴본 결과 의외의 결과를 발견했다.

중국 수입차 판매규모는 지난 2014년 142만여 대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비 24.2%나 급감, 총판매량이 107만여 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차종 1위는 폭스바겐이나 아우디가 아닌 다른 브랜드였다는 것도 예단과는 달랐다.

중국 내 판매량 감소 1위 수입차는 랜드로버로 전년비 44.2%나 줄어 거의 반토막 났으며, 스바루는 아우디(-41.3%)보다는 덜 줄었지만 폭스바겐의 36.8%보다 1.8%P 더 높은 38.6%나 급감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판매 급감에는 배기가스 조작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 전체 수입차시장 축소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수입차시장규모가 중국에 비해 소폭이지만 역시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은 작년 수입 승용차 판매가 31만3,081대로 2014년의 31만9,677대에 비해 2.1%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었다.

폭스바겐이 평균치보다 더 크게 줄었지만 일본 또한 수입차시장 침체가 폭스바겐 감소에 한 몫한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4% 이상 급증했다는 통계다.

이 와중에서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판매량은 평균치보다 밑돈 증가율을 보였으니 배기가스 배출 조작사건이 일본이나 중국처럼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공히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폭스바겐 판매에 여파를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한국은 급팽창하는 수입차시장에서 폭스바겐은 덜 늘었고 일본과 중국은 수입차시장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는 상태에서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폭스바겐의 매출이 더 줄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한국의 국민 의식 수준이 몇몇 분야에서 선진국보다 조금씩 뒤떨어져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밀리는 길에서 맨 앞으로 끼여드는 양심불량 운전자가 의외로 많고(그나마 요즘 앱신고제가 도입되면서 많이 줄었지만), 겨울철 지하철에서 칸을 이동하는 중에 문을 활짝 열어놓아 객실에 찬바람을 불게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며 식당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사람도 많은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소한 폭스바겐 구매 실태에 관한한 일본 중국에 비해 특별히 한국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크게 낮아보이지는 않는 모양새다.

커지는 한국시장과 줄어드는 중국 일본시장의 현실을 도외시한채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종만 달랑 떼내어 비교를 한 것은 조금은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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