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비롯 그룹 내 타브랜드 '승승장구'…색조화장품 약세 원인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회장 서경배)의 ‘한 지붕 두 가족’인 화장품 브랜드숍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이하 에뛰드)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에뛰드가 2년째 실적 부진의 늪에서 고전하는 사이 이니스프리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그룹 두 브랜드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화장발 받은’ 이니스프리, ‘주름 깊어진’ 에뛰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매출 5,921억 원, 영업이익 1,256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30%와 64%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에뛰드는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 떨어진 2,578억 원, 영업이익은 78% 하락한 24억 원을 기록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2013~2015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매출 및 영업이익. 괄호 안은 전년대비 성장률 (단위=억 원)

지난 2013년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매출은 각각 3,328억 원과 3,372억 원을 기록해 국내 로드숍 브랜드 업계의 매출 순위에서 3위와 4위를 나눠가졌다. 오히려 근소한 차이로 에뛰드가 이니스프리를 앞섰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14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한 에뛰드와 달리 이니스프리는 성장을 거듭해 에뛰드를 앞지른 것은 물론 업계 2위 미샤(대표 서영필)까지 제쳤으며 수 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더페이스샵(대표 배정태)의 턱밑까지 바짝 뒤쫓고 있다.

결국 지난해 두 업체의 전체 매출이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아래 있는 화장품 브랜드숍이라는 점에서 늘 비교선상에 오르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간극이 나날이 벌어져 더 이상 비교 대상으로 묶기조차 애매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에뛰드, 서경배의 아픈 손가락 되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136억4,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8.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은 20.1% 성장한 5조6,61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4조7,119억 원의 매출 실적을 거둔데 이어 마침내 모두의 예상대로 연간 매출 5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견고한 성장을 이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요 사업, 계열사 모두 호실적을 기록해 잔칫집 분위기를 즐기고 있지만 에뛰드만이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 에뛰드하우스(출처=에뛰드하우스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에스트라,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서경배 대표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에뛰드 관계자는 “마트 매장 축소 등 질적 성장을 위한 유통 구조조정과 매장 리뉴얼, 신제품 출시 등 지속적인 마케팅 투자비용 확대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색조화장품 약세 원인

일각에서는 이러한 실적부진이 에뛰드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내 색조 화장품 시장 자체의 경쟁력 약화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초 화장품의 경우 제품에 만족을 느낀 소비자는 충성고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색조 화장품은 가격에 따라 쉽게 다른 브랜드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내에 또 다른 색조 브랜드 에스쁘아 역시 여전히 적자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며,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은 VDL를 통해 색조 시장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립스틱처럼 여성들이 상시 휴대하고 다니는 색조 화장품의 경우 고가의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보니 국내 화장품 업계가 기초화장품 위주로 편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중국의 색조 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하고 있는 등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색조 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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