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개봉 8일만에 관객수 600만 명을 돌파, 설날 극장가를 초토화 시킨 화제의 영화 <검사외전>.

독과점 논란으로 시끄럽긴 하지만 900만 명을 넘어 현재 1,000만 관객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명실상부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다.

▲ 영화 <검사외전> 포스터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로 3연타석 홈런을 날린 황정민, ‘얼굴 잘난 배우’ 강동원, ‘연기 잘하는 배우’ 이성민, 요즘 '연기가 딱 좋은' 박성웅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하는데 안 볼 이유가 없을 터.

범죄코미디물이라는 장르에 부합하는 치밀하고 맛있게 만들어진 영화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극장료 ‘1만 원’이 아깝지 않을 출연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니 마음을 활짝 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다시 말해 연출이나 구성에 기대감을 한껏 낮추고 ‘평타’만 쳐줘도 만족하겠다는 만반의 준비를 끝낸 채 영화관에 입장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버리지 못한 일말의 기대감이 문제였을까, 영화 <검사외전>의 ‘평타’조차 쳐주지 못한 미흡한 완성도는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 영화 <검사외전> 스틸이미지

다시 돌이켜봐도 관람에 앞서 '최소한'이라고 못 박아둔 딱 그 정도. 혹은 그 이하다. 이토록 배우에게 100% 의존한 영화는 실로 오랜만이다.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강동원과 황정민을 끼얹어 겉포장만 그럴싸해 보이는 효과를 줬을 뿐 ‘속 빈 강정’ 느낌이 강하다. 한마디로 탄탄한 배우들로 허술함 그 자체인 영화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최신’ 영화 같지 않은 묘한 촌스러움이 영화 속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많이 나왔던 범죄 코미디물 느낌이 물씬 난다. 이를테면 <일단뛰어>, <돈을 갖고 튀어라>, <엑스트라> 같은?

영화관 현장 분위기는 대체로 좋았다.

강동원이 눈썹만 찡긋, 어깨만 으쓱해도 웃음이 깔깔 터지는데, 키스도 하고 춤까지 추니 열광의 도가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는 재미 없었지만 ‘강동원’이 재미있어 몇 번 웃음이 터지긴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 영화 <검사외전> 스틸이미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살짝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휘발성이 강력한 영화 역시 정말 오랜만이다. 영화관을 나와 곱씹을 게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강동원의 ‘붐만스틱’만이 오롯이 남았을 뿐.

냉정하게 말해 배우들 이름값마저 없었으면 ‘팝콘무비’도 못 될 뻔 했다. <출발비디오 여행>에서 3분간 소개해주는 짧은 영상으로 접하고 치웠을 게 분명하다.

강동원의 연기도 아쉽다. 전작 <검은사제들>에서는 보이지 않던 연기력의 단점이 <검사외전>의 한없이 가벼운 역할을 만나니 시너지를 발휘해 한없이 가볍게 표출됐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분명히 강동원의 연기는 아쉬웠다.

그러나 강동원이 나왔기에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한치원 역의 ‘강동원’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분명 극의 활력이었다.

연기로 가장 빛났던 배우는 이성민. 정말 어디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현실 정치인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미생의 오차장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캐릭터 비중도 생각보다 컸다.

영화를 보고 정말 순수하게 궁금했던 한 가지는 과연 황정민과 강동원은 이 영화의 어떤 점이 끌려 출연을 결정 지었을까 하는 것이다. 영화의 작품성에는 전혀 기대지 않고, 순수하게 본인들의 티켓파워만을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이었을까? 그렇다면 200% 성공이다.

범죄, 코미디. 126분. 한국. 15세 관람가.

감독 이일형. 2016년 2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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