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개선책 발표 불구 금융권 대출 신용평점 차별적 반영 '평등권 위반'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 오늘(2일) 나온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자동차를 할부로 사게되면 신용이 평균 0.2등급 하락한다고 한다. 신용등급이 경계선 언저리에 있을 경우엔 한 단계 떨어질수도 있다.

   
 

필자의 단견으로는 돈을 못 갚으면 신용이 하락하고 돈을 제대로 갚으면 신용이 올라야 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도 현재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보면 한마디로 집안에 돈이 많은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은 돈의 많고 적음보다는 연체 여부와 관련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신용 하락은 연체 여부와 크게 관련이 있지만 신용 상승은 연체 여부와 큰 상관이 없다.

무슨 말인고 하면 집안에 돈이 없다는 징후를 내보이면 여지없이 신용평점은 하락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집안에 얼마나 돈이 없으면 고금리 단기 신용을 하겠느냐'는 전제 하에 신용평점을 가차없이 깎아버리고 금일 보도처럼 자동차를 할부로 사도 역시 신용이 내려간다.

잘 알다시피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평점이 거의 수직으로 급락한다. 심지어는 사금융에 조회만 해도 신용평점이 무자비하게 깎이고 만다.

아무리 현금서비스를 연체없이 갚고 자동차 할부금과 사금융을 하루도 연체없이 꼬박 잘 상환해도 제도권 금융업체에는 먼나라 얘기일뿐이다.

이들의 관심은 소비자가 돈이 없으니 현금서비스를 받았고 돈이 없으니 자동차 할부금융을 선택했으며 돈이 없으니 사금융에 조회를 하고 이들로부터 고리의 자금을 대출받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돈이 없으면 연체 가능성이 높으니 미리 신용을 깎아 놓겠다는 귀결이기 때문에 그 소비자가 아무리 연체없이 돈을 잘 갚아도 언제든지 돈을 갚지 못할 우려가 높은 대상으로만 분류돼 있다는 뜻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미래의 요소, 그것도 발생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요소까지 현재 평점에 반영하는 불합리한 현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

제도 금융권의 이율배반(?)은 여기서 그치지 아니한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사금융서 대출받으면 평점이 급락하고 1금융권서 대출 받으면 평점 변동은 미미하다. 돈 없어 대출받은 것은 똑같고 상환 잘하는 것도 동일한데 평점 차별은 엄청나다.

이는 분명히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는데 비춰본다면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겠다.

신용 평점은 단순히 경제분야의 한 항목이 아니라, 유사 시 사람들의 존망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이 규정을 깐깐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고액암에 걸렸는데 수술 비용이 없다고 치자.

신용 평점이 좋은 사람이면 당장 큰 돈이 없더라도 은행권서 급하게 돈을 융통해 수술을 할 수 있겠지만 평소 공과금도 잘 내고 특별히 연체없이 살아왔음에도 사금융권서 몇차례 대출을 조회하거나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신용이 급락해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워 수술못하고 부모님이 사망했다고 가정한다면, 이래도 신용 등급이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고 말할수 있겠는가.

예를 들었지만 현실이 이보다도 더 가혹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제도권외 금융을 이용하게 된 동기가 소득이 확실치 않은 자영업자거나 또는 소득이 없는 학생이다보니 은행권 대출이 거절돼 어쩔수 없이 이용하게 됐고 이로인해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했다면 얘기는 더욱 달라지지 않겠는가.

신용 평점 제도도 이제 헌법 제11조에 비춰 재정비해야 한다.

대출을 받거나 대출을 조회했다는 이유로 평점을 떨어뜨릴게 아니라 못 갚으면 평점을 떨어뜨려야 하는 초기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정책 상으로 제도권외 금융 연체를 일반 금융 연체보다 박하게 평가할수는 있겠다. 실제로 사금융을 갚지 못하면 가정 파탄이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러나 상환 기록을 보지 않고 단지 대출 사실만으로 신용등급 산정에 약간이 아닌, 큰 차별을 두는 것은 분명히 헌법 제11조 평등권 위반이라는게 필자의 견해다.

신용등급 하락 반영속도보다 상승속도가 수 배 또는 수십 배 힘든 현실도 보완해야 한다.

수십만원이라도 잠깐 연체하게 되면 신용은 거의 번지 점프하다시피 급락하지만 이후 연체금액의 100배 금액을 잘 갚더라도 신용은 예전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일시적인 소액의 실수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 개선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뒤늦게나마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신용평가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신용조회회사(CB)들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할 때 금융거래 정보 외에도 통신비·공공요금·국민연금 납부실적과 같은 비금융 거래정보를 반영하도록 한 게 골자였다.

금융거래가 없더라도 공공요금이나 세금을 잘 낸 사람은 신용이 좋아졌다고 보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신용조회회사들도 새로운 평가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보도에 의하면 올 1분기부터 이들 신용조회회사는 휴대폰 요금, 공과금 요금과 같은 정보도 신용등급에 산정 시 반영키로 했다.

또한 30만 원 미만의 소액연체자는 신용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조회만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가고 대출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 산정에 불이익을 받는 시스템은 큰 변화가 없다.

당국자와 금융권의 적극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끝으로 여유있는 삶이 쉽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한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신용을 올리기위해 신용카드를 쓰면 충동구매를 일으키기 쉽고 이는 다시 연체를 일으킬수 있다는 점이다.

몇푼 안되는 신용카드 리워드에 현혹되지 말고 연말 정산에도 더 도움이 되고 연체 위험이 전혀 없는 체크카드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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