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양보운전하는 오키나와, 좁은 차선에도 오히려 소통 원활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 얼마전 오키나와에 갔다 온 필자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일본은 차량 진행방향이 도로 왼쪽이라 그동안 한번도 운전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큰 맘 먹고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의 교통문화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선진적이었다는 것을 생생히 느꼈다.

최근 한국은 분노조절장애로 표현되는 난폭한 교통문화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먼나라 얘기일뿐이다.

일례로 한번은 나하 시내 오모로마치역 인근 셀프 주유소에서 주유를 한후 편도 3차도로를 진입하기 위해 출구쪽으로 간 순간, 대략 시속 30km안팎으로 달리고 있던 3차선 주행차량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내게 양보운전을 했다. 정체나 서행상태가 아니라 꽤나 달리고 있던 상황에서 양보를 했기 때문에 참으로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때 감동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3차선 차량이 주행을 멈추고 양보운전을 하자, 옆차선에서 약간 뒤처져 따라 오고 있던 2차선 차량도 주행을 멈추고 3차선 차량과 나란히 섰다.

한마디로 좁은 차선에 필자가 쉽게 진입을 할수 있도록 두개 차선의 차량이 양보운전을 한 것이다.

양보운전을 잘해준다는 것은 이미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 몰랐다.

이곳에선 꼬리물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편도 1차 혹은 2차인데다 차선폭도 한국에 비해 좁은편이지만 단 한번도 심한 정체를 겪어보지 못했다.

대부분 신호 한 두 번이면 통과했으며 차량끼리 막혀서 못 가는 일은 절대 없었다.

서울의 경우 꼬리물기를 하느라고 모든 차선이 죄다 막히고 그 여파로 다른 곳 차선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이로인해 심하면 신호 5,6번 이상 바뀌어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과 비교할때 마냥 부러울 따름이었다.

우회전 차선(한국의 좌회전 차선 해당)이 단 한 대의 차량도 없이 비어있고 직진차선이 아무리 차가 많아도 빈 차선으로 진입했다가 다시 직진차선으로 들어오는 얌체운전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경음기 소리도 3일간 내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음은 물론이다.

오키나와의 시내 주행속도가 대부분 30~50km밖에 안되고 고속도로 제한속도도 80km밖에 안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거리라도 어지간하면 한국보다 빨리 도착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선진교통문화 덕분이라고 할수 있었다.

최근 군국주의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일본을 찬양하자는게 아니다. 배울 것은 배우자는 의미다.

양보운전으로 대변되는 선진 교통문화는 운전자 자신을 편하게 해줄뿐만 아니라 바쁠때 그 어떤 지름길보다 더 빨리가게 해주는 지름길이었다는 평범한 진리를 통감하게 해줬다.

사실 필자는 일본에 가기 전 렌터카 예약시 풀커버리지 보험에 안심팩까지 가입했었는데 별 필요없다는 느낌마저 가졌다.

툭하면 운전자끼리 적이 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친구가 되는 느낌이었다.

최근 보복운전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교통문화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가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양보운전을 안해줬기 때문에", "1차선에서 너무 느리게 가기 때문에", "자신의 앞으로 차선을 변경했기 때문에"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속내를 뒤집고 보면 '빨리빨리' 문화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번이라도 자신이 먼저 양보운전을 해 볼 생각을 해봤는지 그들에게 묻고싶다.

솔직히 필자도 일본 운전자에 비해서 많이 뒤떨어져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근래엔 오키나와의 운전자를 생각하면서 여유있게 핸들을 잡고 있다. 브레이크 밟는 횟수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얌체도 많고 칼치기 운전을 하는 운전자를 꽤 만나고 있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목적지 도착시간은 큰 차이가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물론 중국의 교통문화에 비하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그래도 교통법규를 잘지키고 양보운전도 잘하는 편이다.

문제는 가끔 교통문화를 흐리는 운전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이들로 인해 주변의 안전이 흐트러지는 현실은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

필자는 당국에 제안하고 싶다.

선의의 교통위반은 현행대로 하되 악의의 경우 또는 암체 운전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대폭 상향과 동시에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일부 잘못된 문화를 과감하게 잡아야 한다.

이의 도입에 있어서 직업적 카파라치를 방지하기 위해서 상한선을 둬야 함은 당연하다.

필자는 출근길 올림픽대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데 '목격자를 찾습니다'란 앱 신고제를 도입하기 전엔 주요 램프마다 차들이 뒤범벅이 돼 길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고제 도입 이후론 차선을 가로막고 끼어들어오는 얌체운전이 많이 줄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이 개선되고 있음을 느꼈다.

선진문화가 정착되기 전까진 앱신고제와 같은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보복운전자만 처벌하는 수준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

운전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모두가 양보하는 순간 서로가 편해지면서 길도 잘 뚫리고 차흐름이 훨씬 원활해짐은 물론,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건강수명 연장에 도움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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