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적용 사례 이어져…국내 인터넷 업계 '글쎄'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최근 SNS 등 기술 발달로 인터넷만 연결되있다면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얼마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 세미나를 개최하며 ‘잊힐 권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잊힐 권리란 인터넷 사이트나 SNS 등에 올라와있는 자신의 정보나 과거 내용 등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잊힐 권리’, 해외서는?

유럽 및 세계 각국에서는 잊힐 권리 적용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스페인 변호사가 구글과 신문사에 자신의 빚 문제와 재산 관련 내용이 인터넷에 검색되자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는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로 인해 구글은 유럽에 한해 홈페이지 개인 정보 삭제를 제공하고 있는데, 구글에 의하면 정보 삭제 요청 문의는 최근 1년간 약 25만 건에 달한다.

EU는 잊힐 권리 남용 방지를 위해 게시물 직접 삭제가 아닌 검색 결과 노출 삭제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온라인 지우개’법이 시행중이다. 청소년들이 SNS 등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에 대해 해당 업체에 삭제 요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사이타마 지방법원에서는 범죄자에게도 잊힐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원조교제로 체포된 남성이 구글을 상대로 자신에 관한 인터넷 게시글 삭제를 요구했고, 재판부는 범죄자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권리가 있다며 삭제를 명령했다.

또, 야후 재팬은 자체 전문가 회의를 실시하고 지난해 3월 성적인 사진 우선 삭제, 일반인 이름 및 주소 등 개인정보는 되도록 검색결과 삭제 등 잊힐 권리에 대한 기준을 정한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가 지난 25일 세미나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 요지는 ‘자신이 올린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검색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게시물에는 관련 요청을 할 수 없다.

가이드라인은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게시물 내용을 인터넷에서 삭제하기 어려울 때, 회원 탈퇴 또는 1년간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 정보가 파기돼 직접 삭제가 어려울 때, 회원 계정정보를 분실해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울 때, 게시판 관리자가 사이트 관리를 중단했을 때, 사망한 사람의 지정인이 사자의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접근배제를 요청할 때, 게시판 관리자가 삭제 권한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가 스스로 글을 삭제할 수 없을 때 등 총 6가지로 분류된다.

또한, 해당 가이드라인은 국내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업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수정 및 보완하는 동시에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현재는 올해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달 중으로 ‘잊힐 권리’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인터넷 업계 “실효성 미미”

각 포털사 등 인터넷업계는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댓글이 달린 게시글도 지울 수 있게 해 댓글 작성자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이미 회원 정보가 파기된 소비자가 나중에 글을 지우고 싶어 할 경우 포털사 측에서는 확인 방법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법적 근거들도 부족하고 잘못된 용어 정의, 불분명한 판단 기준 등 세부적으로 검토할 사항도 많고 해외 사업자들과 국내 사업자간 느끼는 규정에 대한 압박감도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으로 인해 게시물 삭제 등이 가능하게끔 되어있기 때문에 규제만 복잡해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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