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내 청약철회'시 투자상품 손실은 은행 몫…공정위 법개정 부정적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의 태블릿 브랜치 전략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 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은행 점포를 찾는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영업방식이 필요하게 됐다.

다양한 시도 중에서 직원이 직접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찾아가는 ‘태블릿 브랜치’ 전략이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지점 방문없이도 예금, 적금은 물론 체크카드 발급 등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는 엄밀히 따지면 영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방문판매’의 범주에 속한다.

시중은행들은 방문판매법으로 인해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금융 상품의 경우 방문판매법 적용을 배제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찾아가는 영업 확장

최근 시중은행의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가 한창이다.

   
▲ (출처=신한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월부터 117개 영업점에서 ‘우리은행 태블릿 브랜치’를 시행 중에 있으며 올 상반기 중 전 영업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6일부터 ‘KB 태블릿 브랜치’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신한은행도 이달 3일부터‘ S-TB(신한 태블릿 브랜치)’를 전국 점포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각 은행의 태블릿 브랜치의 업무 범위는 고객 등록, 통장 개설,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 신규 등록, 개인·여신상담, 외환·파생상품 등 종합자산관리업무, 체크카드 발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가 포함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방 고객 감소로 인해 최근 태블릿PC, 이동점포 등을 이용한 아웃바운드 영업이 트렌드가 됐다”며 “스마트 기기 등이 발전하고 관련 규제도 풀리면서 태블릿PC로도 충분히 은행업무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로 태블릿PC로 상담 받은 고객들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안되는 딱 한가지, ‘비보장형 상품’

태블릿 브랜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문제는 이 서비스가 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방문판매법 중에서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안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시중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출처=우리은행)

예컨대 소비자가 계약한지 14일 내 손실이 발생한 상품을 청약 철회한다면 그에 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은행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때문에 은행들은 현재 투자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종걸 의원(당시 민주통합당)은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경우 방문판매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이 의원은 “보험회사의 보험계약은 이미 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며 “은행 및 증권회사도 방문판매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금융상품에 방판법 적용 ‘부정적’

시중은행 역시 금융 상품의 방문판매법 적용 배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3일 ADB 연차총회에서 “은행 또는 증권사 직원이 소비자를 만나 ISA를 판매할 수 있도록 방문판매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 측에 방문판매법을 현실에 맞게 정리해줄 것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의 영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방문판매법 적용으로 인해 투자 상품 권유가 제한되는 것은 현실과 다소가 거리가 있다”면서 “개별 은행 수준을 넘어 은행연합회 등 업계 전체가 개선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불완전판매 등의 우려로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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