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무위험 상품 대다수" 해명…증권업계 불완전판매 '미미' 대조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우려가 현실화됐다.

일찌감치 불완전판매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됐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이하 ISA)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났다.

▶투자성향 파악 NO 막무가내 ISA 영업?

은행권들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고객의 투자성향도 파악하지 않은 채 ‘묻지마 가입’을 일삼은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NH농협은행의 ISA 가입자 18만7,606명 중 12만1,939명에 대한 투자성향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자의 과반을 훌쩍 넘은 65%가 투자성향을 분석을 받지 못한 것이다.

KEB하나은행도 42만8,594명 중 31.8%인 13만6,161명의 투자성향을 분석을 미이행했다. 이는 NH농협은행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며, 인원 수만 따지면 가장 많다.

ISA 시행 초기 무작정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은행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ISA 출시 첫날 16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 밖에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은 비율이 높은 곳은 국민은행 5.1%, 기업은행 4.5%, 우리은행 3.4%, 신한은행 2%, 경남은행 0.9%, 전북은행 0.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증권업계는 투자성향 분석 미이행 사례가 훨씬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총 19개 증권사를 통해 22만1,000여명이 ISA에 가입했고, 이 중 투자성향 분석을 거치지 않은 고객은 1.464명(0.7%)에 불과했다.

▶은행 “딱히 설명 필요치 않은 안정형 상품들이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적합성 원칙'에 따르면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는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상품만 팔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고객을 상대로 투자 경험, 원금손실 감내 여부 등을 묻는 설문조사 형식의 투자성향 분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판매 초기 주력 상품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정기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들이었다”며 “이 경우 투자성향 분석으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 아마 ISA 초기에 이런 것들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NH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ISA 초기 고객들이 익히 잘 알고 있고 위험도가 없는 은행 정기예금 상품들이 98%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객 투자성향 분석없이 가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칙적인 절차는 투자성향진단 설문지를 작성을 통해 고객 성향을 파악해 상담을 하는 것이지만, 안정형 예금·예탁 상품이 9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가입자 대부분이 ‘투자 권유 불원’ 항목에 본인이 체크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투자 권유 불원'이란 고객 스스로 투자성향 분석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을 경우 투자성향 분석을 받지 않고 가입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이에 따라 고객이 '투자 권유 불원서'라는 확인서를 작성하면 투자성향 분석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은 "투자성향 분석을 편법으로 비켜간 것이 당장 고객의 손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투자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위반행위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