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화물차 등록제 전환…택배업계 '환영', 유통업계 '관망'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쿠팡(대표 김범석)의 '로켓배송' 위법 논란으로 뜨거웠던 소형화물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 이에 따라 유통·택배업계의 배송전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1.5톤 이하 소형화물차를 대상으로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소형화물차는 기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다.

▶소형화물차 증차 '완화'

지난 2004년 정부는 영업용 화물차 허가제를 시행하면 수급을 조절해 왔는데 영업용 화물차로 허가를 받으려면 통상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복잡하게 얽힌 업계 간 이해관계와 전년도 수급 상황 분석 등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것.

때문에 화물운송시장은 경직된 제도로 인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물류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 출처=국토교통부 공식 페이스북.

이번 제도 개선에 따르면 이제 소형화물차는 지방자치단체에 증차를 신청한 뒤 29일이면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인 업종의 소형화물차('배' 번호판)는 아무런 조건이 없지만 일반 업종의 소형화물차는 직영 차량 20대 이상, 양도 금지, 톤(t)급 상향 금지 등의 조건에 만족해야 신규 허가를 내준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택배차량 신규 공급 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물류·유통시장 내 경쟁 촉진으로 대국민 서비스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택배업계 '환영', 노동계 '반발'

국토부의 이번 방안에 CJ대한통(대표 박근태)운 등 택배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이전부터 물동량 대비 택배차량이 부족해 애를 먹었던 탓이다. 사실, 택배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가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차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번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물류협회 관계자는 “2004년 허가제로 묶여있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물동량은 증가했다. 그러나 증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 증차가 있었지만 시장 수요의 60% 밖에 증차가 안됐다. 택배업계는 계속해서 차량이 부족했던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발전 방안이 1.5톤 미만 화물자동차에 대한 수급조절을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택배차량이 이에 해당돼 차량 부족 문제 해결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번 방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는 물류자본만 살찌우는 방안에 반대한다며 오는 24일 대규모 집회와 조합원 총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안 그래도 낮은 운송료가 구조화된 화물시장에 화물운송 서비스 공급자가 증가하면 운송료가 하락하게 돼 화물노동자들은 과적 및 장시간 운행 등 위험 운송행위에 내몰리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가, 직접 배송 시작?

이번 정책은 정부가 전자상거래 확산, 유통·IT 등 산업간 융·복합 등 급격히 변화하는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발표한 방안이다.

   
▲ 출처=쿠팡

특히 규제 완화의 불씨가 된 것도 쿠팡의 '로켓배송'이었던 만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계의 배송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유통업계는 일단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베이코리아(대표 변광윤) 관계자는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직접 배송은 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직접 배송에 나설 계획은 없고 현재 운영 중인 핫배송 시스템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티몬(대표 신현성) 관계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쿠팡도 지난해 6,000억 원 가까이 적자가 났는데 사실, 직접 고용해서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류협회 관계자는 “신규 사업 대상은 아마도 유통, 제조, IT 업계가 될 것으로 보는데 몇 개 사업자가 출연하게 될 지는 시장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관련 업계는 현재 관망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향후 증차계획에 대한 물음에 “개정안이 통과돼 향후 법령으로 나오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 같다며 현재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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