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별 보험료 조정, 전체 인상률 0%…태풍 '차바' 영향 불구 순이익 증가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매년 인상되는 자동차보험료때문에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중소 손해보험사를 주축으로 자동차보험료의 도미노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한편, 대형 손보사들의 경우 담보별로 보험료를 조정하는 꼼수로 인상 효과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악사손보와 흥국화재가 차례로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을 결정했다. 흥국화재는 개인용·업무용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를 평균 1.9%, 악사손해보험도 개인용 차량에 대한 보험료를 평균 0.5%, 업무용 차량은 평균 4.7% 인상을 단행했다.

악사손보와 흥국화재처럼 전체 평균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담보별 보험료를 조정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지난달 개인용 자동차보험에 대해 기본 담보 보험료를 3.0% 인상하고, 자기차량 손해담보 보험료를 17.8% 인하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삼성화재는 전체 보험료의 평균 인상률은 0%로 맞췄다..

KB손해보험도 마찬가지 방법을 썼다.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기본 담보 보험료를 8.0% 인상하고, 자차 담보 보험료는 10.6% 인하하는 차등화 방식으로 전체 보험료 인상률을 0%로 조정했다.

이처럼 담보별로 보험료를 조정할 경우, 전체 평균 보험료 인상률이 0%이지만 사실상 보험료 인상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꼼수' 인상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자차담보 보험은 사고 책임이 본인에게 있어도 자기 차량에 관한 손해에 대해 보장받을 수 특약으로 주로 외제차 등 고가 차량을 운전자의 가입률이 높은 편이다. 반면 노후되거나 저가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은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차 담보에 주로 가입하는 우량 고객은 보험료를 할인받게 됐지만, 이 담보에 가입하지 않는 일반 서민들은 보험료가 오르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보험료 인상에 눈치가 보이는 다른 손보사들도 이러한 꼼수 인상 방식으로 보험료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 중이다.

앞서 KB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 등 손보업체들이 LPG차 보험료를 인상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산바 있다. 이른바 '보험료 연료별 차등제'다.

LPG 등 차량은 손해율이 높기 때문에 보험료를 차등화한 것이라는 게 보험사들의 해명이지만 장애인 및 기초생활수급자의 사용 비중이 높은 LPG 차량의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LPG 차량의 보험료를 인상한 일부 손보사에 대해 현장 조사에 착수한 금융당국이 보험료 할증 중단을 권고함에 따라 LPG차량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보험사들이 출고한 지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차량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다시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가 이렇듯 틈만 나면 자동차보험료에 손을 대는 까닭은 매번 ‘자동차 손해율’ 관리 차원이다. 높은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체의 자구 노력 없이 소비자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10월 합산 순이익이 2,8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2%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올해 태풍 ‘차바’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험금 지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율 개선으로 인해 전체 순이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일리지 특약(주행거리 할인)을 통해 우량고객의 보험료는 싸게 받고, 사고가 나는 일반 고객의 보험료는 많이 받는 추세”라며 할인 경쟁으로 손해율 관리도 더욱 안 되는 상황에서 우량고객을 모으기 위해 보험료 혜택이 필요없는 사람에 더 혜택을 준 것도 손해율을 높이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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