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개선·합산비율 하락 불구 인하 결정 미뤄…시간끌기 의혹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대표 안민수)가 이례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동부화재를 비롯한 대형 손보사들이 일제히 가시방석에 앉았다.

손해율 안정화에 힘입어 삼성화재가 기습적인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면서 다른 경쟁사들의 동참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

특히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자동차보험료 합산비율이 낮아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동부화재(대표 김정남)의 고민이 깊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3%(개인용 2.7%, 업무용 1.6%, 영업용 0.4%) 인하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져 손익 개선이 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외제차 대차료 기준 변경, 경미사고 수리비 가이드라인 도입 등의 영향으로 합산비율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지난해 9월말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5%로 전년 동기 80.5%에 비해 2%포인트 떨어졌다.

재작년 말부터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줄줄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던 다른 손보사들도 지난 1년간 손해율이 큰 폭은 개선된 것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동부화재는 86.6%에서 80.7%로 5.9%포인트 손해율이 하락했으며, 현대해상의 경우 80.7%로 전년 동기 87.8%에 비해 7.1%포인트 낮아졌다. KB손보도 86.4%에서 80.0%로 6.4%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자동차보험 합산비율도 개선되는 추세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 여부는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로 판단하는데, 100% 이하면 흑자, 100% 이상은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해 103.1%에 달했던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이 지난해 10월 말 누적 기준으로 98.4%로 낮아지면서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동부화재 역시 같은 기간 합산비율이 99.5%로 현재 자동차보험은 흑자 상태다. 이 밖에 현대해상은 101.7%, KB손보는 101.7%로 여전히 적자 상태다.

때문에 삼성화재의 뒤를 이어 인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업체로 동부화재가 가장 유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동부화재는 삼성화재의 인하 발표 직후 자신들도 인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동부화재는 현재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삼성화재 후폭풍으로 거세진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가 한 풀 꺾일 때까지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인 단계로 확정된 것이 없다”며 “인하를 할 계획인데 검토 중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하를 할지 말지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손해율이 많이 안정화됐고 그러한 추이를 반영해 검토를 하게 된 것”이라며 삼성화재 인하 발표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와 마찬가지로 동부화재 역시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에서 흑자를 내고 있어 타사 보다는 인하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점유율을 확대를 통해 절대 이익 늘리기 위해서라도 공격적 행보를 보여야 할 때”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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