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수개월전 육류 담보대출 담당자 중국인 교체…늑장공시 의혹 제기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승승장구하던 동양생명이 육류담보대출 사건에 휘말리며 위기에 빠지자 구한서 사장의 회사 내 입지도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동양생명은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공격적인 행보와 그에 따른 호실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는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연평균 이익 대비 최근 보수를 비교해 가장 값어치 있는 CEO 순위를 매겼다. 애플의 팀쿡이 1위를 차지한데 이어 한국에서는 동양생명의 구한서 사장이 2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최근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를 비롯해 악재가 겹치며 구한서 사장은 최대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미트론' 사기…구한서 사장 최대 위기?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2016년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 기반에 속도를 높여 더 큰 도약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신년사대로 지난해 분기마다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이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육류담보대출 사기의 최대 피해자가 되면서 정유년 초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금은 3,804억 원 규모로 이 중 75% 규모 2,800억 원이 연체된 상황이다.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2016년 3분기 당기순이익(2,200억 원) 보다 더 큰 금액을 한 순간에 잃게 될 정도로 피해 규모가 크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같은 담보(육류)로 여러 금융사가 중복 대출을 받은 정황도 드러나 피해금융사만 20여개로 늘었고, 여러 금융사 가운데 피해금액은 동양생명이 가장 크다.

일각에서는 구한서 사장 취임 후 가장 큰 경영 위기를 맞았다고 판단한다. 수익성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 담보에 대한 확실한 검증도 없이 무리한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투자자·가입자에 언론까지…'눈치' 삼중고?

거액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상황 육류담보대출 사기로 동양생명 투자자 및 보험가입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사기 사건이 알려지자 동양생명의 주가는 급격히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동양생명이 거액의 연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늑장공시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미 수개월전에 육류담보대출 담당자를 몇 달 전 중국인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 보험 가입자들도 혹여나 이번 일로 피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동양생명은 지난 4일 이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구한서 사장은 “현재 회사 체력으로 볼 때 이번 육류담보대출 피해로 예상되는 손실 금액은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면서 “회사 재무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고객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한서 사장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육류담보대출 규모가 3,803억 원으로 매우 큰 상황이며 일부 담보의 경우 타 금융기관에 추가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손실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해명의 자리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는데 동양생명이 특정 매체만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이후 보험기자단은 특정사만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동양생명과 동양생명 대주주인 안방보험의 행동에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구한서 사장, 사내 영향력 미미?

사내 분위기도 구 사장의 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현재 뤠젠롱, 푸챵 사외이사, 하상기 사외이사 등 대부분 모회사인 안방보험그룹 측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소문이다.

때문에 아직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혹여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그대로 떠 안게 된다면 구 사장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미 동양생명의 요직이 모회사인 안방보험그룹 인사들로 채워진 상태여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9명의 이사회 인원 중 구한서 사장을 제외한 8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뤄젠롱, 짱커 등 안방보험그룹 출신 인물들이 상임이사로 선임되는가 하면, 비상무이사에는 현 안방생명보험 이사장이 선임되는 등 친정체제를 구축해 갔다. 사외이사 직에도 중국계 인물이 배치됐고, 이후에도 미등기임원까지 중국인 임원으로 교체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18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구 사장이 앞으로 1년 이상 남은 임기 동안 어쩔 수 없이 중국인 경영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 놓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안방보그룹의 인수 전후로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구한서 사장의 영향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