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제재직전 전액 아닌 전건 지급…삼성·한화생명 '뒤통수 맞았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교보생명(대표 신창재)의 연이은 미꾸라지 행보가 소비자는 물론 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교보생명은 당초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 지급을 거부하다 금융당국이 초강력 제재를 시사하자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어 금융당국의 징계가 결정되기 직전까지 버티다 뒤늦게 전건(전액X) 지급 의사를 밝히는 등 번번히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행태를 보여,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감원 중징계 결정…최악 피한 ‘교보’

수 년간 계속됐던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빅3 생명보험사에 대한 중징계 처분으로 일단락됐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대해 영업정지와 대표이사 제재 등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업체 별로는 삼성생명에 대해선 영업정지 3개월과 대표이사 문책 경고, 한화생명은 영업정지 2개월에 대표이사 문책 경고 등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심의위원회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는 관련법에 따라 연임 및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반면 제재심의 개최 직전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에 대해 지급 결정을 한 교보생명의 경우 영업정지 1개월과 대표이사에 대한 주의적 경고로 제재 수위가 낮아지면서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빅3 중 유일한 오너 CEO로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게 됐다.

▶당국-여론 간보기식 대응 ‘도마 위’

교보생명은 금번 제재 대상 3사 중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징계를 받았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금융당국의 제제 심의가 열린 23일 당일 오전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을 전건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소비자 신뢰회복 차원에서 지급하겠다고 밝힌 자살재해사망보험금지급규모는 총 1,858건에 해당하는 672억 원이다.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징계 대상이 될 경우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교보생명의 최후의 방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재심을 앞두고 마지막 소명에 사활을 걸었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갑작스러운 교보생명의 입장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보생명의 결정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당초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 차례 고수했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배임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징계 수위가 기관·개인 제재로는 최고 수위인 영업권 반납과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빅3 중 가장 먼저 지급 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나마 2011년 1월 이전의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주지 않는 ‘일부’ 지급이었다.

게다가 보험 계약에 의해 지급하는 ‘보험금’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다시 보험금 지급하는 등 금융당국의 제재를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꼼수로 해석되는 행보로 번번히 도마에 올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교보생명의 전건 지급 결정도 금융당국과 여론의 반응을 의식한 이른바 ‘간보기식’ 대응 중 하나로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 나온다. 이번 최종 결정 역시 전액 지급이 아닌 전건 지급이라는 또 다른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자살보험금 전건 지급 결정은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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