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실비, 암, 자동차 보험 등 이제 한 사람 당 보험 서너 개씩 가입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우리나라의 개인의료보험 가입률은 2012년 기준으로 80% 육박하는 상황이다. 한 가구에서 가입한 개인의료보험 개수는 4.64개, 보험료로 지출하는 한달 평균 금액은 약 35만 원에 달한다.

2015년 기준 가구당 국민건강보험 평균 보험료가 9만4,000원인 것과 비교해보면 3배 이상 개인의료보험에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 많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고, 만만치 않은 액수의 보험료를 다달이 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모든 약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전무하다.

질병 및 사고 보장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사고가 났을 때 어느 정도의 금액을 탈 수 있는지 정도만 대충 혹은 철저하게.

그 외에는 각종 어려운 보험용어, 의학용어들과 설명들, A4용지 수십 장 분량의 방대한 길이에 지쳐 읽다가 나가떨어지고 만다. 심지어 아무리 읽고 이해해보려 해도 도통 이해되지 않는 애매한 표현들이 사방에 지뢰처럼 널려 있다. 단순히 개인의 이해력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직도 보험약관에는 ‘책임준비금’, ‘부리’, ‘악성신생물’과 같은 생소한 표현이 넘쳐나고, ‘그러하지 아니한다’와 같은 이중부정을 만드는 말과 ‘책임 있는 사유’, ‘중대한 과실’ 등 의미나 기준이 불명확한 표현들이 계속돼 소비자들의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는 보험사들로 하여금 보험약관의 이해도를 높일 수 방안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보험약관 설명서를 쉽게 간추리고, 보험약관을 압축한 아이콘을 넣도록 했다. 

그러나 보험개발원이 각 보험 업체별 약관에 대해 명확성·평이성·간결성·소비자 친숙도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한 결과를 살펴보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점수는 더 낮아진 형편이다. 소비자들이 보험약관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생보사 중에는 동양생명과 흥국생명이 손보사 중에는 MG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60점 미만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해 미흡 판정을 받고도 개선하지 않았고, 이 밖에 보통 등급을 유지한 업체들도 다수다.

보험사들이 약관 변경에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금융권 관련 소비자 민원 중 보험 관련 민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보험약관은 어찌 보면 보험사의 자기소개서 혹은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언제까지 딱딱하게 굳어있는 애매한 얼굴로 소비자들을 맞이 할 생각인가. 친숙하고 상냥한 얼굴로 고객지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어려운 때 고객들의 진정한 '우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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