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통폐합·원격지 발령 등 노조 가입 차단 시도 주장…사측 "법·원칙 따른 대응" 일축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동부증권(대표 고원종)이 창사 36년 만에 처음으로 출범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11시30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현정)은 강남구 소재 동부증권 동부금융센터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지점 폐쇄 및 원격지 발령 압박으로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한 사측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진제공=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부증권지부)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동부증권은 지난 3월 29일 사무금융노조 동부증권지부가 설립된 뒤 사내 인트라넷의 전직 직원 연락처와 이메일을 즉시 삭제 조치하고, 조합원들이 자유게시판에 올린 노조설립 알림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등 노조 출범 소식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의도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노조 관련 내용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지 못하도록 자유게시판을 폐쇄했으며, 직원들이 노조 측에서 만든 단체 채팅방을 탈퇴하도록 종용했다. 뿐만 아니라 본부장, 지점장 등 중간 관리자를 통해 직원 개별면담에 나서며 노동조합 가입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창사 36년 만에 무노조 역사의 마침표를 찍고 탄생한 노조에 대해 사측이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난 한 달간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강한 혐오와 반감을 보여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측이 지점 통폐합과 원격지 발령 언급 등으로 조합원들의 탈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노조 측 한 관계자는 “사측의 방해에도 노조 가입이 꾸준히 확대되자 노조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가장 높은 부산경남 지역에 대해 본부장을 교체하며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탈퇴하지 않을 경우 지점 통폐합은 물론 조합원들을 원격지로 발령 내겠다 협박했다”며 “그 결과 지난 8일에는 해당지역 조합원 28명이 노동조합을 일시에 탈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이는 명명백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이번 주에도 사측은 변함 없이 재경 지역 조합원들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노동조합 탈퇴를 협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 측은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을 높이겠다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노조탄압에 나선 동부그룹과 동부증권 경영진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노조 측은 “7년 전, 동부증권은 국내 7위의 대형 증권사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7년 이 지난 지금 동부증권은 얼마나 좋은 회사가 됐나. 좋은 회사는 고사하고 동부증권이 과연 정상적인 회사이기는 한 것인가?”라면서 “사측의 불법적 노동탄압에 굴복한다면 적어도 앞으로 100년 동안은 동부그룹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당당히 맞서 부당한 노동행위로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협박한 자들을 끝까지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동부증권 측은 노조 활동을 방해한 적이 없다며 노조 측 주장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부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노조활동은 근로자의 자유권리로 회사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뿐 어떠한 방해나 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다”며 “노조 측에서 왜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단체교섭이나 노조 측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동부증권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을 노동부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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