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피해직원에 사과 촉구…고용구조·성희롱예방시스템 문제 지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지역대표은행 대구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 출범 6주년을 맞는 DGB금융그룹은 앞으로 50년, 100년 성장하는 종합금융그룹이 되겠습니다"

이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올해 5월 칠성동 DGB대구은행 제2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DGB금융그룹 창립 6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포부다.

 

또한 박인규 회장은 해당 자리에서 지역민의 아낌없는 지지와 사랑에 감사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약속했으며, 그룹 임직원의 윤리·준법의식 제고 및 실천의지 다짐을 위한 그룹윤리헌장 선포식도 가졌다.

그러나 최근 대구은행 간부들의 계약직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의 민심을 잃은 것은 물론, 박 회장이 강조하던 임직원 윤리·준법의식 제고에 대한 다짐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성추행 사건 도마…창립 50주년 의미 퇴색

DGB대구은행 간부급 직원 4명이 직위를 이용해 비정규직(파견직 등)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지난 7일 박인규 회장 겸 행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임직원의 윤리·준법의식 제고 및 실천의지 다짐을 위한 그룹윤리헌장 선포식을 가진지 2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박 행장은 “최근 저희 은행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지역 사회와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일부 직원들의 부끄러운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칙에 따라 가해 직원들을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며, 관계 기관의 조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를 설치해 성희롱 예방 및 남녀 양성평등 구현, 뼈를 깎는 조직 문화 혁신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행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타파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서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픔을 겪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진심 어린 위로와 함께 직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대구은행은 감사를 통해 회식자리와 회사 내에서 여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등 성추행을 일삼은 의혹을 받고 있는 과장 이상 책임자급 4명을 대기 발령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성추행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으며,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조사에 나선 상태다. 

▶ 시민단체 “고객 말고 피해 직원에게 사과하라”…진정성 의문부호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던 DGB금융그룹 대구은행은 갑작스럽게 불거진 간부급 직원들의 여직원 성추행 파문으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구 대표 향토기업으로서 지난 수 십 년간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쌓아왔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지역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대구지역 5개 시민단체는 10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앞 광장에서 대구은행 간부 직원들의 비정규직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최근 대구은행이 발표한 사과 내용이 피해 여직원이 아닌 고객들을 겨냥했다는 점을 들어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이다.

시민단체 측은 “과연 대구은행이 성추행 가해자들을 제대로 징계할 마음이 있다면 왜 피해자가 아닌 고객에게 먼저 사과하는가”라며 “피해직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은행의 안위만 걱정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번 성추행 사건은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대구은행 내부의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직장내성희롱 범죄는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며 “대구은행에는 성희롱예방 시스템이 없었고, 파견직, 2년 계약직, 무기계약직 이렇게 선별적으로 이어지는 고용과정에서 계속 일하려면 어떤 문제제기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구은행 성추행사건은 가해자는 범죄행위를 하고 회사는 이런 차별적 구조를 알면서 방치해 조건을 제공했다”며 “가해자는 물론이고 대구은행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