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이 고른 수익의 사업포트폴리오 완성으로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둔 가운데 하이투자증권만이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기준 5대 증권사 안에 드는 KB증권의 경우, 일회성 요인으로 인해 실적이 뚝 떨어져 하이투자증권과 나란히 2분기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미래에셋-한투 1위 다툼 치열…중형 증권사 메리츠-키움 ‘선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로 나타났다.

▲ 20개 증권사 상반기 순이익 (단위: 억 원)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 2,73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9% 급증한 수치다.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를 나타나고 있는데다 IB(투자은행)사업과 위탁매매 분야의 선전으로 2분기에만 1,600억 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달성한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에 한국투자증권에게 뺏겼던 순이익 1위 자리를 2분기에 곧바로 탈환하는 동시에 상반기 전체로도 가장 많은 순이익은 거둔 증권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올해 상반기 33억 차이로 아깝게 순이익 1위를 자리는 놓치긴 했지만 한국투자증권 역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액이 3조2,696억 원, 당기순이익은 2,705억 원으로 각각 15.7%, 15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배 이상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671억 원, 당기순이익 1,956억 원으로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49% 증가한 수치다. 2분기 영업이익은 1.470억 원, 당기순이익은 1,069억 원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이 이 같은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상반기 최대규모의 넷마블 IPO주관 및 LG화학, 기아차 등 회사채 인수주선으로 상반기 IB부문에서의 활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고유자금 운용 및 기관영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며 “앞으로도 장점을 더욱 강화시켜 수익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증권사들 사이에서 나란히 상반기 순이익 4위, 5위를 차지한 자산 1조원 대의 중형 증권사인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80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했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2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대 분기실적인 981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상반기 4번째로 높은 순이익을 거둔 증권사 자리를 차지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332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9% 상승한 수치다.

이들 증권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번 상반기 호실적의 배경으로 고른 수익을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꼽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위탁매매, 자산관리(WM), IB, 트레이딩, 이자손익 및 배당 등으로 고른 수익을 올리며 특정 분야에 의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수익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 ‘흑자전환’ 성공…KB증권-하이투자증권 적자 기록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로 오랜 기간 영업적자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투자증권은 1, 2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며 목표했던 올 한해 실적 흑자전환 가능성에 한 발자국 성큼 다가섰다.

지난해 1,60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한화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35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암울했던 적자행진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지난해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던 ELS 실적이 안정화된 점을 실적개선의 주 요인으로 분석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의 품에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상반기 13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서 울상이다.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7%가량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2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던 하이투자증권은 2분에는 채권평가손실 및 구조조정 비용 반영으로 163억 원의 대규모 적자 수렁에 빠졌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 중인 하이투자증권은 400억 원 가운데 75%가량인 300억 원을 상반기 손상차손 처리했으며, 희망퇴직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이 회계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형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하면 KB증권이 17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유일하게 2분기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1,000억 원이 웃도는 순이익을 거뒀던 KB증권은 2분기에는 매각 예정인 현대저축은행의 사업중단 손익이 특별손실로 반영되면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상반기 순이익으로 따지면 91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50%이상 크게 성장했지만 올해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호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업계 내에서는 이 역시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KB증권 측은 "현대저축은행 매각 효과에 따른 일회성 손실이 반영돼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며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 WM과 IB 부문은 1분기보다 실적이 더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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