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의 여파가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괜찮다”, “노력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말은 멈춰버린 공장, 영업이 정지된 지점 앞에 더 이상 이어지기 힘들다.

최근 현대기아차 중국법인의 공장 5곳 중에 4곳이 가동을 멈췄다.

현대기아차가 협력사에 제 때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이에 협력사들이 부품 공급을 중단한 것이 그 이유였다.

생산 시간을 초 단위로 계산하는 자동차 공장을 멈춘다는 것은 기업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심지어 그 회사가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업체인 현대기아차라는 점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이유가 협력사에 줄 대금이 부족했기때문이라는 것은 충격적이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 중국 내에서 유동성 경색이 벌어지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중국에 동반 진출한 100개가 넘는 부품업체들은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그룹은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뒤 경제 보복의 시발점이 됐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99곳 중 87곳이 6개월째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또 이미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거듭난 중국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발이 꽁꽁 묶였다.

중국정부는 삼성SDI,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 인증 과정에서도 중국정부의 정책들은 노골적으로 한국기업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인 관광객도 급감했다.

이른바 K뷰티로 중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화장품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 중심에 있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중국의 사드에 대한 경제 보복 우려는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중국정부가 사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후, 한국기업들은 교묘하게 규제의 대상이 됐으며 다양한 제재를 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중국 현지 소비자들도 한국 브랜드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등 국내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게 중국의 보복이 진행돼 오는 동안 국내 정세가 무척이나 다사다난했기에 추스르고 다시 기초를 쌓는 시간이 필요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앞서 현대기아차, 롯데마트,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볼 수 있듯이 1년여간 누적돼 온 보복의 결과가 이제 서서히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인해 쉽게 방향을 잡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불안하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외교적 안정, 정부의 대책 등을 기다리며 1년여를 버티고 있다.

오늘(30일)부터 현대기아차의 중단됐던 중국 공장들이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납품 대금 지급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협의를 통해 공장 가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외교문제는 기업이 아닌 정부가 풀어낼 수 있는 문제이다. 기업들은 버티고 버텨 볼 뿐이다.

경제 보복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제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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